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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버거의 여러가지 버젼

내가 이래서 돈을 못 버는구나

<패티>

문어버거 패티는 문어스테이크와 완전히 같은 것이다. 문어, 새우, 관자 등이 들어간다. 패티 사이즈로 좀 작게 잘랐을 뿐.

문어스테이크는 코스 메인으로 나가는데, 이걸 좀 캐쥬얼하게 버거로 만들어보자는 생각.


<감자사라다>

감자사라다, 혹은 감자 옥수수 사라다를 쓴다. 마요네즈만 발라주는 일반 버거보단 훨씬 풍부한 맛.


<감자튀김>


감자튀김은 채를 쳐서 저온에서 튀겨낸다. 순전히 튀김기가 없는 탓이긴 하지만 이 방식 나쁘지 않다. 바삭함의 극치다. 기름도 비교적 적게 든다.


<벨루떼소스와 꽁떼 치즈>


벨루떼소스에 올라가는 치즈는 꽁떼치즈. 양이 좀 적긴 해서 치즈 맛이 덜 느껴진다. 이보단 좀 더 써야겠다. 슬라이스치즈를 쓴다면 덮을 수 있겠으나, 쇠고기 패티와는 치즈와의 상성이 좀 다른 듯. 문어버거 패티는 쇠고기 패티보다 훨씬 비싼데 맛의 농도로는 붉은고기만큼 진하지는 않다. 그 점을 고려하면 너무 많은 치즈, 그것도 저가의 치즈는 과한 느낌.


<버젼1>


버거번은 안쪽을 갈색으로 지진다. 여러 재료들을 끼워놓고 감자튀김을 주변에 흩뿌려 마무리.

소금간 했고, 캐첩은 딱히 필요 없을 듯. 프랜치프라이에 캐첩이 좀 튀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론 별로 열심히 안 뿌려먹는 편이다. 눅눅해져서 그거라도 필요할 땐 어쩔 수 없지만.


<버젼2>


두번째 버젼은 계란후라이를 올리고 그 위에 감자튀김을 추가로 올리는 버젼.

버거 자체의 구조적 안정성이 많이 떨어지는 방식인데 요즘 수제버거가 손으로 잡고 먹을 사이즈는 어차피 없으니 큰 문제는 안 될 듯. 안 되면 뭘 꽂아서 스파인을 만들어 주면 된다. 

 

계란후라이는 개인 취향 문제고 옵션이지만 딱히 필수요소는 아닌 듯. 벨루떼와 사라다의 조합에 약간 끼어드는 느낌이다. 감자튀김도 일단 올라가는 양이 줄어드는 데다가 바삭함 유지 시간이 극히 짧아진다. 원가, 공정, 만족도면에서 딱히 1번에 비해 장점이 안 느껴지는 조합이다.


<버젼3>


이건 1번의 거꾸로 버젼이다. 쌓는 차례를 바꿔서 벨루떼 소스와 페티가 밑으로 가고 상추와 사라다를 위로 올리는 방식인데 의외로 이게 평이 좋은 편. 거의 동일한 성분인데 상추와 사라다의 위아래가 차이를 만들어낸다. 고추장 벨루떼소스의 묵직함이 시간차를 두고 사라다와 섞이는 것이 둘의 궁합을 더 효과적으로 끓어올린다. 요리라는 것이 이런 미묘한 면도 있어서 참 간단치가 않다. 맛의 조합뿐 아니라 시간, 공간적 전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때가 있다.


문어버거의 또다른 문제는 패티의 막대한 원가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일지 어떨지. 먹을 때는 맛있다고 했던 사람들도 (예상)가격을 듣고는 갸우뚱 하는 분위기다. 원가 줄이는 것은 어렵지도 않다. 재료들을 다 비싼 것들을 쓴 패티에 밀가루 함량을 20퍼센트 정도 늘리면 원가는 훅 떨어진다. 벨루떼 소스에도 굳이 비싼 들기름이나 쌀조청 같은 것을 안 쓰고 저가 들기름과 물엿으로 대체하면 그만.


솔직히 그렇게 바꾸어도 충분히 진한 맛이고 어차피 오리지널 고급 버젼을 먹어본 사람은 별로 없으니 왠만한 수제버거 가격으로 팔면 별 저항은 없을 것 같다. 사실 강릉은 관광지라, 인스타 감성으로 플레이팅 잘 하고 브랜딩 하면 좀 비싸다 싶은 가격에도 사람들은 줄을 서기도 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돈도 좀 만질 것 같은데, 적어도 지금의 얼터렉티브살롱 공간에서는 그런 음식을 만들어 팔 생각은 전혀 들지가 않는다.


해결 못할 문제는 아니지만 좀 더 큰 문제는 로컬에 마음에 드는 버거번 만드는 빵집을 아직 못 찾았다는 것. 열심히 수소문을 해보고 주문제작이라도 하면 되겠지만 그건 역시 상당한 규모로 매입을 할 때의 이야기. 문어버거 전문점 같은 것을 나중에 차릴 일이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여기까지 실험은 완료.


다음번엔 고기와 문어를 섞는 버젼을 실험해봐야겠다. 실은 그게 일반적인 취향에 더 맞는 음식일 것이다. 원가도 줄어들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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