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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의 맛, 배오징어젓

두 가지 변주곡

<배오징어>

배오징어를 구했다. 배오징어는 잡아서 배 위에서 바로 소금에 절인 오징어. 활어횟감용의 큰 오징어가 아니라 애매한 사이즈의 오징어들이다. 그렇다고 총알오징어 수준의 어획금지 사이즈도 아니고. 아무 손질 없이 그냥 소금에 절인 것.

이건 판매용이라기보단 뱃사람들이 자가소비용으로 만드는 것인데 주문진에 살다보니 가끔 당근마켓에 이런 것이 올라온다. 재빨리 득템.


<손질하기>

아무것도 안 하고 소금에만 절인 거라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 등쪽의 '뼈' 같은 부위도 걷어내고, 입도 떼어내고, 또 젓갈용으로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준다.

주의할 점은 대단한 냄새. 전라도에 홍어가 있다면 주문진엔 오징어젓이 있다고 할 수준이다. 주문진 토박이들도 다 좋아하는 맛은 아닌 대단한 단백질 발효취. 오죽하면 이 배오징어 잡는 날은 예약손님을 피해서 한다. 온 가게에 냄새가 진동하니까.


<매운 오징어젓>

국산 고춧가루, 양파, 마늘, 생강... 에다가 고수와 펜넬로 이국의 분위기를 부여.

켜켜이 쌓고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며칠 두어두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하루 정도는 요즘 날시 상온에 두는 것도 좋을 듯.


<매콤한 오징어젓>


이건 레몬청과 방풍을 넣은 버젼. 뭔가 크로스오버 분위기랄까.


사람마다 둘 중 어느 것이 좋은지 갈리고, 둘 다 별로라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 애초에 난이도가 꽤 높은 음식이다. 비위 좋은 나로서도 아무것도 처리 안 하고 그냥 배오징어젓을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이렇게 버무리길 잘했다 할 정도니까.

재료비도 좀 들고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라 나름 귀한 음식이지만 호오가 너무 갈려서 알만하신 분들 나오실 때만 내고 있다. 이제 오징어철이 끝나서 올해는 이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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