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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짜장

산초향이 너무너무 좋아

<산초 깻묵>


귀한 산초깻묵을 선물 받았다. 깻묵은 기름을 짜고 남은 것이니 사실 귀하게 여겨지는 이름은 아니지만, 이건 무려 국내산 야생 산초의 깻묵인 것. 산초만 기름을 짜자면 너무 양이 적어서 하찮은(?) 들깨를 섞어서 기름을 짠다고 한다. 

보통 방앗간에서 기름을 짤 때 깻묵은 깨(원재료)를 가져간 사람이 도로 가져가거나 혹은 놓고 오거나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산초에 한해서 깻묵을 가져가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내가 가져간 재료로 기름 짜고 그 깻묵에 또 돈을 내고 가져온다는 건 이상하기도 하지만, 이 깻묵은 수요가 많아서 추어탕집, 한정식집 등으로 날개 돋은 듯이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산초향이 하도 강해서 다른 기름을 짜는 기계에 혼용할 수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겠다. 방앗간 입장에선 산초 전용 착유기를 두어야 하는데, 이것이 고비용 구조인 것. 


좌우당간, 이렇게 귀한 것을 선물로 받았다는 것. 신이 나서 거의 미쳐 날뛸 듯 하다. 산초기름은 동거인 기관지를 위해 약용으로 제공하고 깻묵만 요리용으로 쓰지만 이거면 충분하다. 산초라면 내가 사랑하는 류의 '초' 돌림 향신료. 이걸 어떻게 먹어볼까... 하다가 일단 밥때도 가깝고 해서 급한대로 커리를 만들어볼까 했다. 향신료 배합 커리가 아니라 그냥 제품 써서 만드는 커리.


<아위버섯>


양파, 감자 등의 심상한 재료 말고 특이한 것은 아위버섯이라는 이 것. 원래는 중국 신강성의 아위나무 군락지에서 자라는 버섯이라고 하는데 머나먼 신강의 아위나무가 무엇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재배에 성공해서 특허도 받았다고 한다.

맛은 생김새에서 짐작 되듯이 새송이와 느타리의 특징이 다 있다.


<산초 가루내기>


산초 깻묵은 가루를 내어 쓰기로 했다. 뭘로 두드리고 난리를 쳤는데 의외로 기름기가 많고 점성이 있어서 잘 안 빻아진다. 그래서 다이소에서 파는, M자 모양으로 생긴 날이 달린, 통통 눌러서 견과류 등을 빻는 데 쓰는 수동 분쇄기를 사용하니 잘 된다.  가루를 내면 보기보다 부피가 훨씬 줄어서, 100미리리터 정도 용량의 병을 하나 채우는 데 제법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로 통통 눌러야 한다.


<산초짜장>


찬장에 남은 큐브 제품이 커리인 줄 알고 넣었는데 알고보니 짜장이었음 ㅋ. 이래서 산초 커리는 산초 짜장으로 변신.

호오가 좀 있는 방식인데, 가루낸 산초 외에 덩어리 깻묵도 같이 넣었다. 서걱살각한 식감이 일품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모래 씹는 느낌인지 거부감이 있기도 한 모양이지만 나는 이 크런치한 감각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것이다.

 

짜장면이 옛날에 비해서 달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산초를 넣으면 그 단 맛이 산초향을 머리에 이고 깔끔하게 승화되는 편이다. 커리였으면 또 재미있는 결과가 있었겠지만 짜장도 얼떨결에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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