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국물이 포인트
냉장냉동 겸용 한 대로 버티고 식재료 욕심은 많으니 일정 기간을 정해서 '털어 먹기'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오늘은 초절임 하고 남은 고등어와 고갈비. 고갈비가 왜 두쪽 밖에 없냐, 포는 세 마리를 떴는데. 이미 구워먹었나?
고등어는 보통 구워서 먹는데 이날은 조림으로. 털어먹기 기간에는 장을 잘 안 보는 편이라 채소도 양파, 그리고 냉동해둔 박 정도가 있을 뿐이다. 아래위로 잘 깔고 약간의 후추를 뿌려준다. 생선조림에는 무 대신 박. '소금강의 눈' 박술 담근다고 박을 많이 사서 속만 파서 술 담그고 나니 역시 박도 냉동고 공간을 상당히 차지하기도 하고, 부산의 고급 음식점에선 요리에 무 들어갈 자리에 박을 쓴다는 증언에 힘을 받았기도 하고.
조림용 간장으론 꽃게 어간장. 맛은 있는데 성분이 아쉬워서 재구매를 망설이는 중. 국산콩 쓴 간장이면 좋겠는데...
간장:물 비율은 1:3 정도.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짜고 비린 맛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약간 달착한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박청을 한 큰 술 정도 첨가한 용액에 생선을 담그고 해동 되기를 기다린다. 다 녹아야 양념이 충분히 베어들어가니까 충분히 기다려준다. 박향은 냄새 제거 효과도 있다.
사진을 안 찍었는데 소량의 기름과 다진마늘을 볶아서 마늘 기름 만들기. 그리고 나서 재료들을 넣는다. 굽었던 고갈비가 낭창해진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센 불을 쓰지만 인덕션 특성상 그런 것이고, 끓어오르기도 전에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는다. 냉동한 생선은 특히나 수분이 잘 빠져나와서 너무 익히면 뻣뻣해진다. 야들한 살맛을 보려면 해동도 천천히, 가열도 살살 하는 게 요령이다. 이건 고등어 뿐 아니라 박의 경우도 마찬가지. 생박은 좀 오래 익혀도 되는데 냉동박은 쉽게 흐믈거리는 편이라 낮은 온도로 살짝 익혀주는 게 필요하다.
그리하여 완성된 고등어조림. 내 취향보단 살짝 달게 나왔는데 아마 어디 가면 이 정도가 좋다는 사람들이 많겠지. 이 조림류에 대한 단 맛의 기대감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하는 요리에서는 하나의 숙제.
박을 쓴 것은 확실히 잘 한 결정이다. 생선비린내에 민감한 편은 전혀 아니지만 박의 서늘한 향이 입혀지니 뭔가 고급한 느낌이 난다.
산초깻묵을 올려서 킥을 넣는다.
달다고 했지만 아 이거 진짜 입에 착착 붙네. 어릴 적 귀한 불고기 먹고 국물에 밥 비벼먹던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는 맛이다.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밥 반 공기 추가.
향신채를 좀 보강하고 생선도 큼지막한 것을 쓰면 괜찮은 일품요리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