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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는 알고보면 맛있는 생선이었다!

새치라기에 속아샀지만

<새치 혹은 임연수>

애용하는 북강릉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생선은 거의 사지 않는다. 선도는 나쁘지 않은데 어시장 가면 보통 더 싸게 살 수 있어서다. 그래도 생선 코너는 유심히 보며 지나다니는데 이날은 '새치'가 보여서 샀다. 비닐 봉지 안에 포장되어 있어 뭐가뭔지 잘 몰랐지만 새치란 생선은 처음이라 안 살 수가 없었네.

그런데 얼터렉티브 살롱에 와서 열어보니 이건 아무리 봐도 임연수, 혹은 이면수. 의아해서 검색을 해보니 새치는 임연수의 동해안 사투리라고 한다 ㅠ.


<내장손질>


평소 임연수는 돈 주고 사먹는 편이 아니다. 생선구이집에서도 고등어, 가자미, 심지어 대만산 냉동꽁치도 맛있게 먹지만 덩치만 크고 별 맛 없는 임연수는 열심히 먹는 편은 아닌 생선.

하지만 사왔으니 어쩌겠나. 먹어야지.

일단 손질의 시장은 배를 따고 내장을 들어내는 것으로. 몸에 비해 내장이 크지는 않은 편이라 살은 많은 생선이다. 살은 적당히 단단하기도 해서 손질하기는 쉬운 편. 


<비늘 긁기>

비늘은 이 정도면 안 긁어도 별 상관 없을 수 있다. 팬프라이로 먹으려면 이 비늘이 오히려 바삭한 식감을 줄 수도 있지만 이날의 작전은 우선 초절임이라서 비늘을 확실히 벗겼다.


<포뜨기>

포를 뜨니 살 색이 약간 의외다. 이걸 붉은살로 봐야하나 흰 살로 봐야하나. 주로 반건조나 구이 상태로 보는 생선. 그 상태일 때는 흰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신선한 것을 포를 떠놓으니 그렇지만도 않네.


<오븐구이 준비>

포를 한마리 반, 3장을 떠서 따로 쓰고 한 마리 같이 보이는 반 마리는 칼집 내고, 양파와 박을 깔고, 소금 후추 간해서 오븐구이. 오븐이 작은 것 하나라서 제과용으론 포기하고 그냥 생선도 굽고 하기로 함. 어차피 제과용으론 오븐보다 실력이 문제.


생선을 한국식으론 주로 팬프라이 하는데, 이건 볶거나 튀기는 계열이고 오븐구이는 완전히 다른, 말 그대로 굽는 요리법. 사람 취향 문제겠지만 일단 기름기가 싫다는 사람은 오븐구이를 추천한다. 일본식으로도 야끼바라고 부르는 살라만더를 쓰는 것이 보통. 옛날에 나오던 가정용 카스레인지에는 중간에 조그만 생선구이용 그릴이 있는 게 표준이었지. 


팬프라이는 따져보면 오븐구이에 비해서 별 장점이 없는 방식. 기름도 들어가야하고(비싼 식재료), 뒤집다보면 껍질은 거의 안 남아나는 데다가 익힘을 조절하기도 힘들다. 반면 오븐구이의 경우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굽기의 정도를 조절하기가 조금은 쉽고 기름기 쪽 뺀 생선구이를 먹을 수도 있고 스터핑을 할 수도 있는 등등 장점이 많다.


<오븐구이>

180도에서 20분 정도, 불은 '밑'에다가 두고 굽다가 꺼내기 전에 '위' 모드를 바꿔준다. 처음부터 윗불을 가동하면 껍질이 탈까해서. 20분으로 좀 부족해서 몇 분 더 했는데 일단 보기엔 성공적이다.


<맛!있!다!>


임연수를 싱싱한 상태에서 구워먹기가 쉽지는 않다. 이 생선이 잡고 보니까 생각보다 붉은살생선의 특징이 많고 기름기도 많은 편. 한 번에 대량으로 잡는 모양이고, 생선횟감으론 인기가 없는 모양이니(금방 죽는 모양) 결론은 냉동이나 반건조. 반건조 했을 때는 기름기가 번들거리는데다가 딱히 확실한 발효취도 아니면서 애매한 냄새도 있고 해서 취향이 아니었는데 신선한 생물 임연수를 오븐구이 하니까 너무 맛있는 거다! 유산지 깔아서 구우니 국물이 고스란히 남아서 양파며 박에 베어들어서 따로 조림 할 필요도 없이 맛난 것도 장점이다.


이제까지 임연수에 대한 편견에 급사과하는 마음으로 숙연해지면서, 다 뜯어먹고 난 생선 가시를 뒤적이며 입맛을 다실 정도였다. 생선이나 사람이나 태생도 태생이지만 그 후에 취급이 중요하다는 교훈.


<임연수 초절임, 혹은 시메홋케>

사실 별 기대 없이 임연수가 있으니 해봤다 정도였는데 결과는 대박!

흰살 생선 초절임이 의외로 괜찮은데, 보존성이 약한 것이 약점. 일주일도 보관을 못 하니까, 매일 손님이 주문하는 영업집이라면 모를까 우리집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임연수는 훨씬 보존성이 좋아서 보름 이상도 가능하고, 반면 살이 단단해서 속은 말랑한 횟감의 분위기가 남아있다. 임연수는 회로 먹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고등도 그렇지만 생선이 너무 싸서 대접을 못 받는 경우다. 하지만 고등어를 활어로 살려다가 회로 파는 집도 생겨나는데 임연수회라고 안 될까 싶기도 하다. 고등어보다는 보존성이 좋은 편이라서 꼭 활어가 아니라도 가능할 듯.


앞으로는 임연수(새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얼터렉티브 살롱 요리 포트폴리오에 한 자리를 배정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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