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하고 3개월 남짓한 기간 무척 즐거웠습니다. 아무런 제한도, 전제도 없이 그저 '제철, 제곳의 식재료'로 요리를 한다는 것(그래서 동해안 다이닝), 그리고 그 음식들을 좋은 술과 함께 손님들과 나눈다는 것은 큰 도전이자 기쁨이었습니다. 그런 좋은 시간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주신 모든 분들 - 손님들, 생산자들, 거래처들, 택배노동자들, 건물주분, 제가 생각도 하지 못하는 모든 분들- 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이런 골뱅이 서울에선 보기 쉽지 않지요>
계속해서 창작해서 요리를 한다는 것이 쉽진 않더군요.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계속 새로운 요리를 개발한다는 것, 그것도 손님상에 나가는 실전용 요리를 매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다 요리사로서 제 밑천이 빤한 탓이지요.
<자신있는 표고와 생선 초절임>
'글짓는 사람'으로서의 자아가 '밥짓는 사람'의 자아와 경쟁관계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단 살롱을 운영하면서 글을 쓰는 시간이 확 줄어든 탓이 크지요. '글짓는 사람'은 누가 사주는 사람도, 봐주는 사람도 없는 작업을 계속하는 동안 '밥짓는 사람'은 약간이나마 돈도 벌고 있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밥짓는 자아'의 이야기를 '글짓는 자아'가 써내면서 당장 브런치에서만도 정기적으로 수천 뷰씩 되는 글들이 거의 열 편 정도 되니 불평만 할 일은 아니겠지만요.그 와중에 좋은 제안을 받아서 브런치 글들이 곧 단행본으로 나옵니다. 음, '글짓는 자아'와 '밥짓는 자아'를 여행을 통해 통합을 해야겠네요.
<최신요리 복어 고니 그라탕>
약간은 지친 것도 있지만, 호주에서 한주와 홈브루잉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잠시 적도를 넘어갔다 와보려 합니다. 스스로 '여행가'를 자처하기도 하는 터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호주에 가면 제 주방도 없고 해서 요리하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거기서 먹는 음식, 접하는 자연과 사회가 많은 영감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얼터렉티브 살롱에서 약간은 탈진된 것도 다 인풋이 부족한 상태에서 열심히 아웃풋만 뽑아낸 탓이겠지요. 채우고 오는 기회를 삼겠습니다.
10월 3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한 달만 살롱은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호주에서도 소식은 계속 전하겠습니다. 캥거루는 꼭 먹어볼 것이고, 기회가 되면 악어도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