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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 찰진 강냉이밥

골드찰옥수수와 


<골드찰옥수수쌀>


오늘의 밥짓기는 '강냉이'와 함께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개성 분으로, '강냉이죽'을 먹거나, 혹은 그도 못 먹거나 하는 것을 욕으로 쓰셨다(개성은 거지가 구걸을 해도 구걸할 힘 있으면 일을 하라고 밥을 안 줬다는 도시다). 옥수수 좋아하는 나는 그 소릴 듣고 천진난만하게 강냉이죽을 먹어보았으면 했는데 말이지. 욕이라는 걸 알아서 감히 해달라고도 못했고, 나중에라도 강냉이죽 같은 음식을 스스로 해본 적도 없다. 오늘은 강냉이밥을 지어먹기로 하니 세삼 외할머니 생각이 나네. 강냉이죽은 욕이지만 강냉이밥은 아닐 것 같은데.... 맞죠? 외할머니?


옥수수란 매우 강원도적인 음식인 것만은 확실한 듯. 여름엔 생옥수수를 쪄서 실컷 먹었고, 이제 철이 지나가니 이렇게 말린 옥수수쌀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옥수수 알갱이를 말린 것. 여기에 꼭 '쌀'을 붙이는 사람의 심리. 강원도는 6~70년대 정도 까지만 해도 정말로 쌀이 귀해서, 매일 쌀밥 먹는 집은 정말 큰 부잣집이었고, 감자와 옥수수가 주식에 가까왔다고 한다.   


옛날 옥수수는 이렇게 샛노란 것이 많았는데 요즘은 허여멀건 미백찰 계열이 수미감자 만큼이나 시장을 뒤덮고 있다. 그래서 굳이 노오란 이 골드찰옥수수쌀을 사봤는데 옛날 품종은 아니고 안토시아닌 성분 강화한 근래 개발된 기능성 품종이란다. 주문진의 김금순 농부 출품.


<강냉이밥>


강냉이밥 짓기는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 흠, 밥짓기가 다 그렇긴 하구나.

포인트는 이 옥수수쌀의 식감. 쌀과 같이 씻어서 넣었다가는 뭔가 섭섭하게 파스러지는 식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좀 덜 익은 느낌마져 있어서 대체로 불호. 물에 씻어서 불리는 것은 옥수수쌀의 경우엔 필수다.

정성껏 씻어서 한 시간 이상 불리기. 정성껏 씻는 것과 물에 대충 헹구는 것은 쌀이든 다른 잡곡이든 물을 빨아들이는 데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리곤 압력솥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좀 오래 뜸을 들인다 싶은 느낌으로 밥을 지으면 색깔도 아름답고 찰기 만점 옥수수쌀이 이빨에 짝짝 달라붙는 느낌이 드는 밥이 된다. 동해안다이닝의 컨셉으론 흰 쌀밥보다 이쪽이 더 좋기도 하고, 노오란 색은 사진 찍기도 좋다. 무엇보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쪄먹는 옥수수의 훌륭한 대용.


이 다음으론 강냉이죽을 한 번 끓여볼까.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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