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작가와 독자 자신을 위해 종이책은 이제 그만!
요즘 ‘종이책을 찍지 말자’고 떠들고 다닌다. 그것도 출판, 서점업 하시는 분들께 말이다. 당연히 반응은 뜨악하다. 쌀밥집 사장님에게 밥을 팔지 말자면 이런 느낌일까, 혹은 그 이상일까.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출판은 가망이 없는 업종이다. 인세는 책 정가의 10퍼센트. 그나마 10퍼센트 인세를 보장받는 작가는 제법 대접을 받는 축이다. 8퍼센트나, 혹은 그 이하나, 아니면 돈은 못 주니까 책으로 가져가라든가, 그것도 안 되서 자비출판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15,000원짜리 책을 해마다 10,000권 팔면(요즘 이 정도면 확실한 베스트셀러다) 작가에게 천오백만 원의 돈이 생긴다. 적은 돈이 아니지만 작가가 1년에 책을 한 권 내기도 쉽지 않고, 다시 말하지만 이건 요즘 출판시장에서 베스트셀러급 매출이다. 그럼에도 인세로 먹고살기는 커녕이다. 그러니 작가란 사람들의 생활이 늘 어려운 것이다. 잭 런던의 자전적 소설 ‘마틴 에덴’에서처럼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가지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시간을 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종이책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둘째 치고(사실 둘째 아님), 종이책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만들고, 보관하고, 운반하는 모든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이 비용을 아껴서 작가가, 그리고 출판사나 서점 등의 다른 주체들이 나누어 갖자는 것이 종이책 반대를 하는 요지다. 최소한의 생계도 해결하지 못하는 곳에 무슨 아름답고 큰 꽃이 피기는 힘든 일이다.
출판계가 다들 어렵다고는 해도 대형 인터넷 서점이나 큰 출판사들은 건물도 올리고 제법 떵떵거린다. 전체 매출에서 작가몫의 10퍼센트는 편의점들의 인건비 매출 비중 정도도 안 되는 것이라서 기획, 집필은 물론이고 마케팅까지 떠맡다시피 하는 작가에게 주어진 몫의 비중으로는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출판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을 건너뛸 수 없는 현실이다. 출판업계가 엄청난 돈을 벌진 않지만, 그래도 누구는 사옥도 올리고 하는데 누구는 십 년 경력에도 아이 하나 키우려고(집 사려고가 아니다) 맞벌이 영끌을 해야하는 업의 생태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의 경우도 작가가 선택할 길은 아니다. 제작과 유통비용은 쪽 빠지지만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종이책보다 더 적은 것도 같다. ‘같다’라고 하는 것은 종이책의 10퍼센트 인세 같은 관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작가마다, 책마다 정산 받는 것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서 나가는 경우는 일단 작가와 플랫폼의 직접 계약이 아니라 플랫폼과 출판사의 계약이다. 그러니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그저 출판사에서 주면 받고 아니면 말고 상태인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만 권 이상의 책을 판매한 인기작가들도 전자책의 계약 내용은 잘 모르고, 다만 종이책 인세에 비하면 거의 무시해도 좋을 수준의 인세정산만 받았다는 공통점들이 있다. 음원플랫폼에서 아티스트들이 쥐꼬리만한 돈만 받는다고 이야기가 났었는데, 그런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짐작 된다.
뉴스레터를 통해서 직접 자신의 글을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이 이유다. 월 1만원 뉴스레터를 30명 정도가 구독한다고 했을 때, 그 수입은 월 200권 정도의 책을 꾸준히 파는 것과 같다. 혹은 생계를 위해 최저임금의 편의점 노동을 하며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월 4일이라는 시간을 벌어다주는 것과 같다. 만약에 50명이나, 100명이나, 200명 정도의 정기구독자가 있으면 훨씬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다. 300명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한다면 전업작가로 살 수도 있다. 매년 2만권 이상의 책을 팔아야 가능한 일이다. 안 해봤지만 전업 크리에이터의 길은 꽤나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