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작가와 만들어갑니다
서점은 대형서점 및 인터넷 서점과 동네, 독립서점들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전자가 득세하면서 후자는 일단 거의 멸종 지경에 이르렀으나 근래에는 독립서점들이 꿋꿋이 늘어나고 있다. 독립서점이라는 현상은 경제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다. 오로지 책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의 수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사랑하는 이런 작은 서점들을 사랑하고, 바로 그 사랑으로 인해서 이런 작은 서점들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종이책을 찍는 것은 되도록 지양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 서점들의 문제는 업태 자체가 돈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거의 작가만큼이나 돈을 벌 가능성이 없는 것이 책방이다. 전국 독립서점의 90퍼센트 이상은 사장님이 다른 노동이나 자산을 통해서, 혹은 같이 파는 커피나 서비스 등을 통해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책을 적극적으로 미끼 상품으로,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많다. 손도 안 닿을 곳에 어마어마한 서가를 올려놓고 인스타그램용 ‘도서관’을 운영하는 모 종합쇼핑몰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 현실의 큰 축을 차지하는 것이 또한 종이책이다. 종이책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도가 높다. 사실, 이제는 책의 겉모습만 찍은 하드커버 인테리어 용품들이 그마저 대체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서점은 ‘책 전문점’이니만큼 책이 많아야 오는 사람도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작은 서점들은 우선 공간의 한계 때문에 책을 많이 들여놓을 수 없다. 전문화된 물류 시스템이 없기에 도매상을 통해야 하고, 가격구조상 큰 서점들이 제공하는 ‘기본 10퍼센트‘ 할인도 제공 못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독립서점의 트레이드마크 같이 된 ‘큐레이션’이란 이런 유한한 공간의 활용이라는 고민의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매체를 통한 컨텐츠를 제공한다면 공간에 관련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혹은 기존 공간을 더 수익성 있게(혹은 더 재미있게든) 운영할 수 있다. 작가들이 다른 곳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글 쓸 시간을 사듯이 책방 주인들도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자산을 허물어 책방을 운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무슨 자선사업 하듯이 하는 책방 운영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책방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덜 필요하니 비용이 줄겠다 정도의 생각보다 좀 더 근사한 일은 책이 아니라 작가를 직접 만나고 프로모션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서점의 큐레이션이 이미 추천의 기능을 하고 있다면, 서점이 독자들에게 작가를 추천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하늘의 별밭을 따라잡을 다양성을 가진 독립서점들은 각자의 상황과 취향에 맞는 마케팅의 방법을 만들어낼 것이다. 기존에 한정된 공간에 책을 진열하는 것 이상의 가능성이 열린다.
작가도 매니지먼트 역할이 거의 없다시피 한 기존 출판사 보다는 서점과 직거래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구독 수익의 일정부분(종이책 판매 마진 정도)을 공유하는 모델은 경제적으로도 책 한 권 달랑 파는 것보다 양자에게 금전적으로도 이익이 된다.
하나의 예만 들자면, 작가 입장에선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북토크를 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 될 수 있다.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방으로 가서 북토크를 하려면 사실 상당한 비용이 든다. 강연료 개념을 떠나서 실비만 따져도 그렇지 아니한가. 하지만 독자와의 만남은 대부분 작가에게 있어서 창작의 큰 힘을 주는 반가운 행사다. 그저 돈이 문제일 뿐.
구독자를 모아주는 마케팅을 해주는 서점 입장에서는 작가에게 북 토크 같은 행사를 당당하게 요청할 수 있다. 단순 계산을 해보자. 10명의 구독자를 확보해준다고 하면 나 같은 무명작가는 두말 않고 간다. 어디 도서관 같은 곳에서 30만 원 준다고 해도 노느니 간다고 하고, 50만 원 정도 준다면 아 그거 괜찮은 수입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 작가의 경제생활이다보니(인기작가님들 죄송), 10명 구독자면 1년이면 120만원, 그 중에서 서점 몫을 떼어준다고 해도 강연 두세 번 하는 정도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0명 구독자가 모인다면 나 같은 사람은 두말없이 갈 것 같다. 5명만 되도 갈 것 같다.
서점의 입장에서라면 10명의 구독자가 있는 작가를 10명 정도 확보했을 때의 효과는, 금전적으로 계산한다면 책을 수백 권 파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작가가 서점에 직접 와서 독자를 만나는 행사의 효과는 금전으로 따질 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