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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 국립 박물관에 대한 크리티컬 리뷰

꼭 가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는 곳이지만

<National Museum of australia>


박물관을 은근히 좋아하는 나는 어느 나라를 가던 국립박물관 방문은 빼놓지 않는 편이다.

호주 국립 박물관도 예외일 수 없다. 캔버라 남부의 '국립지구'(국립 시설이 많아서 내 맘대로 붙인 이름이다)에서 박물관을 우선 들러 본다. 


<Mozaic Garden>


호주 각지에서 모아온 식물로 만든 가든인가 한다. 

시드니에서도 느낀 거지만 여기 캔버라는 더 시골이라 그런가, 맑은 날은 햇빛이 강렬하다. 선크림 따위 한국에선 신경도 안 쓰고 다니지만 항상 일정 정도의 매연과 미세먼지로 커버되어 있는 한반도와 이곳은 정말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필터 없는 자외선 샤워 느낌.



홀든 차량이 1층에 전시. 홀든은 호주 고유 브랜드 자동차 메이커지만 GM에게 인수되었다. 여기도 대우 같이 인수했다가 간다 남는다 협박하면서 보조금 잔뜩 뜯어먹고 버리고 결국 나갔다고, 나중에 만난 그레이엄이 실컷 욕을 하는 것을 같이 맞장구를 쳤더랬다.


박물관엔 큐레이션이라는 것이 있고 큐레이션에는 관점이라는 것이 녹아있게 마련이다. 이 나라의 공식적인 국가와 문화에 대한 입장을 그렇게 들여다보게 되는 것인데, 호주는 정체성에서 좀 혼란이 있어 보인다.

아직까지도 형식적으론 영국의 식민지이기도 하지만, 백호주의가 판치던 시절까지는 정말 마음까지 식민지였던 모양으로, 우리도 훌륭한 백인이며 유러피언 못지 않은 인간들이다!라고 악을 쓰는 느낌이다. 물론 그 당시까지 호주는 유럽 기준으로 보아 변방의 저개발국가였던 것이 사실. 아시아와 가까와지고 다양한 이민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탈유럽한 정체성이 형성되고 있는 시기라고 보아야겠다. 하지만 이것도 숫적으로도 압도적이고 이제 경제력가지 뒷받침 되는 중국계 이민들이 한동안 엄청나게 들어오자 이민 자체를 통제하는 분위기. 투자이민옵션 같은 것은 거의 막힌 상태다.

 

각설하고, 이 나라 국립박물관의 유물들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특히나 런던의 국립 시리즈에 비해서 참으로 보잘 것 없고, 그 유럽(주로 영국)을 따라가려는 마음은 가난하다.


<First Nation>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연과 호주 원주민 역사에 대한 부분. 결국은 이 부분을 어떻게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느냐가 호주 고유의 무엇이 있느냐 아니냐의 기로이기도 하고, 유럽 식민주의의 어두운 과거를 밝힐 기회도 여기서 나온다고 본다. 

First Nation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원주민 아이들과 백인 아이들을 나란히 놓은 이 화면은, 그런 의미에서 첫 단추는 잘못 꿴 것 같다는 느낌이다. 백인 아이들과 원주민 아이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노는 것은 호주에서 일상의 현실은 아니다. 


대부분의 원주민들이 First Nation이라는 용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다양한데, 국외자지만 나도 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First는 필연적으로 Second를 상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등치는 동등한 위상을 만들어낸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현실적인 관계는 이주민이 원주민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관계이고, 법률적으로는 원주민의 땅에 이주민이 무단침입, 점거한 것에 가까운 상태다. 미국은 보호구역이라고 원주민에게 불모지를 주어 몰아넣고 동화(라고 쓰고 말살 이라고 읽는)정책을 통해서 거의 뿌리를 뽑은 수준이고 캐나다 같은 경우는 원주민과 이주한 식민주의자들 사이에 맺은 여러 조약들을 정말로 준수하게 하거나, 혹은 불공정 조약에는 보상을 해주는 추세다. 사실 이렇게 하면 이주민들은 현재 상태에서 양보할 것이 매우 많아지는데, 호주는 캐나다식의 해법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원주민의 권리에 대해서 '눙치고 지나가는' 해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내 눈에는 First Nation이 그런 용도로 사용하는 말이 아닐까 싶은 느낌. 그런 인상이었다.




악어와 범고래. 영상으로 범고래와 같이 어업을 하는 원주민들 이야기를 보았다. 범고래가 물고기를 연안으로 몰아오면 사람들은 배를 타고 나가서 고기를 잡는 어업이라고 한다. 원주민과 범고래의 관계는 진정한 파트너이자 영상에서도 느껴지는 신뢰관계다. 물론 이런 어업전통은 유럽에서 온 강력한 작살의 포경선과 더불어 망가졌지만...




이런 다양성이 있는데 한 마디로 First Nation이라니, 그건 상당히 폭력적인 취급이긴 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패들 스티머 엔터프라이즈호가 있다. 사진에 잘 안 나왔는데 증기로 수차를 돌려 추진력을 얻는 방식. 허클베리핀 시절의 미시시피 유람선 스타일(훨씬 큼) 배다. 역시 호주도 해양국가라서 바다와 배에 대해서는 볼 것이 많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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