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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국립도서관 & 레이크 벌리 그리피스 크루즈 투어

캔버라에서 제일 먼저 해야할 일


캔버라에서 관광시설이란 대개 '국립'이 붙은 것들. 그것도 한 군데 몰려있다. 박물관, 초상화박물관, 과학박물관, 도서관, 의회 등등.

이날은 우선 국립도서관으로 향한다. 어디 해외 갈 때마다 하는 일인데 내 책을 도서관에 기부하고 다니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술 공부하려는 사람이 지금은 거의 없겠지만 언젠가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알기에 씨앗 심어놓고 다니는 기분이다. 미국에 갔을 때는 버클리 동양학 도서관이며 나파벨리 곳곳의 공공도서관에 책을 기증했고 대부분 매우 친절하고 고맙게 받아주었다.



사실 고맙게 받는 것과 서가에 걸리는 것은 좀 다른 문제긴 하다. 버클리와 세인트헬레나 공공도서관에는 한국어를 하거나 한국관련 색션을 맡은 전문 사서가 있어서 반응이 좋았던 듯.


<National Library of Australia>

여기는 그렇지가 않다. 책을 안 받으려고 하는 추세.

이유는 이해가 간다. 책이란 부피 크고 무거운 물건.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쌓이는 것이다. 서가는 커녕 수장고만 해도 넘쳐날 지경일 것이다. 여기서는 중국계 직원이 어디어디로 메일을 보내서 신청하라고 한다. 공손하게 뺑뺑이 돌려서 엿먹이는 공무원들 정석 플레이, 이런 건 한국보다 여기서 훨씬 심한 듯 하다. 속으로 메롱 하고 나왔다. 안 받으면 너그 손해지.


나중에 호주국립대 도서관에서도 느낀 건데, 여기 도서관들은 책이 업데이트가 안 되는 느낌. 도서관 서가에 있는 책들은 8~90년대가 주류, 2020년대 신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야 어쨌든, 다음 순서는 벌리 그리피스 호수를 도는 크루즈 타기다.

어디선가 관광 팜플랫을 보고 예약했는데 선전문구로는 "캔버라 관광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 이란다. 타보니 일단 납득이 갔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캔버라 관광은 '국립'시리즈 순례가 기본. 이 국립들이 벌리 그리피스 호수 부근에 죽 둘러서 있다. 그러니 일단 한 바퀴 죽 돌아보는 의미가 있고, 보트의 선장님은 걸직한 입담으로 이것저것 정보를 풀어놓는다. 질문도 잘 받아주고. 약간 grumpy한 분위기 같은데 그래도 대답은 꼬박꼬박 해주는 편. 



이거 사진 핫스팟이다. 나는 핀을 못 맞췄지만 이 다리 사이로 의회와 건너편으로 전쟁기념관이 일직선이 되는 구도. 이것도 선장님의 꿀팁. 약 30초간 배를 세워주기도 했다.



나만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호주 각지에서 온 노인 커플들. 선장님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여기가 수도고 의회며 주요 정부건물도 여기 있다보니 정치인들 욕이 빠지지 않는다. 내가 봐도 호주 정치인들이 한국보다 딱히 깨끗한 것 같지도 않은 정도다 싶었으니 현지인들이야 할 말이 좀 많으랴.

그런데 정치와 이민정책과 개인적 경험담 등등이 어우러져 살짝 인종주의 선들을 넘는다. 문제는 이 사람들, 자기들이 그런 줄 모른다는 것. 딱히 크게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옛날 백인들끼리 살던 시절이 더 좋았다고 느끼는 것뿐. 딱히 이민에 대놓고 반대도 아니고. 이런 것이 문화 속에 뿌리 박은 인종주의. 노인들이라 바뀔 것 같지도 않다.


<Lake Burly Griffin Cruise>


여기를 지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연도의 돌들이 줄이 맞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호주라는 나라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것이다. 좋은 얘기다. 이런 생각을 함에도 약간의 인종주의가 남아있다는 것이 문화의 힘이며 무서운 점이라고 할까.



굵직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 잠시 느껴보시라고.


국립시리즈는 약간 의무감에 다 돌긴 하는데 확실히 지루한 면도 있다. 다시 가면 몇 군데는 스킵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 크루즈를 먼저 타서 정보를 좀 얻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동선 짜는 데에는 도움이 될 듯. 그래서 캔버라 관광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라는 선전문구가 어느 정도는 말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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