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질하기 귀찮은 더덕이란 놈
더덕이 선물로 들어왔다. 감사하다.
손질이 무척이나 성가셔서 스스로는 잘 안 사는 편인 식재료 ㅋㅋ.
이제 성가신 과정을 따라가보자. 일단 잔뿌리와 머리를 잘라낸다. 뭐 먹으면 못 먹을 건 없는 부위인데, 사이사이에 흙도 많이 끼고 껍질 벗기기도 힘들고 하니까 잘라내는 게 낫다. 이래서 더덕은 작은 것 사면 생각보다 먹을 게 없다(그러니 손질하기 더 싫어진다).
물에 살짝 데치는 게 껍질 벗길 때 편하다. 아니면 손에 송진 같은 것이 끝도 없이 묻어나는데....
생더덕 손질해본 사람, 혹은 송진 묻혀본 사람은 그 기분 알 거다. 고양이에 감정 이입을 해보면 더 확실할 거다.
뭐든 먹을 수 있는 건 버리지 말자는 주의라서 뿌리와 머리는 채에 박박 한 번 밀어주고(흙과 껍질 제거) 끓여서 더덕물을 만든다. 어영부영 하다가 날짜 지나서 결국 버렸지만 ㅠㅠ.
몸통 부분은 껍질을 벗긴다. 나는 감자칼을 썼는데 정교하게 하려면 과도를 쓰는 것이 낫다. 이래서 더덕은 '인삼보다 낫다'느니 구라를 칠 정도 크기가 되어야 좋은 것. 작으면 껍질 벗기면서 살이 쑹덩쑹덩 같이 쓸려나간다.
이것을 먹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썰어서 칼로 두드리는 방법도 있지만 밀대로 밀어버린다. 이럴 땐 얇은 게 장점이 있네(아님).
무침을 만들까 해서 한 번 볶아보는데 향이 신통치 않다. 이렇게 작은 더덕은 어쩔 수 없다 싶다. 냉장고에 좀 오래 둔 나의 책임도 작지는 않겠으나...
무침을 만들려다가 양도 애매히 많고 향은 확실히 적어서 요리법을 바꾸기로 했다. 달착한 감사 청주 투하. 늘어붙지 않게 극소량의 기름도 투하.
영평사 고추장을 듬뿍 넣고 같이 볶았다. 그리곤 식혀서 보관. 떡볶이 등을 만들 때 요긴하게 잘 썼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더덕향이 물씬... 같은 효과는 안 났다.
더덕은 살 거면 크고 실한 것을 사는 것이 낫다. 하지만 손질이 귀찮아서 리퀘스트라도 있지 않은 한 내가 살 일은 별로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