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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어 요리 두 가지

누가 망상어 맛 없다고 했나?

<망상어>


어시장에 갔다가 꼭 돔같이 생긴 생선을 발견했다. 평소 못 보던 생선을 보면 거의 자동적으로 그 분이 오시는 편이다. 그래도 이름은 알아야지.


"사장님, 이 생선 뭐에요? 꼭 도미새끼 같은데..."

"그거 망새이(?)"

"네?망새...이?"

"응 망새이, 만 원만 주고 가져가."


한 바구니에 만 원, 주문진 어시장에서 잡어 중에서도 가장 헐한 생선의 가격이다. 마리수로 따지면 열 마리가 넘는다. 이만원만 돼도 만 원에 반만 주세요가 통하는데 만 원짜린 그런 소리 했다가 지청구 듣기 좋다. 차라리 만원에 좀 더달라면 그건 잘 들어주는 편이지만. 잡어 중 잡어라 그냥 떨이로 떨어내는 기분들이다. 이 망새이... 란 녀석은 바로 그런 잡어다. 생긴 건 무슨 돔류 같은데.


돌아와서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윤곽이 잡힌다. 정체는 망상어. 망새기, 망새이, 망치 등등의 방언으로 불린다.

보기엔 도미새끼 같지만 맛 없기로 유명한 생선이라고... 그래서 잡잡어 취급이구나. 수분이 많고 살이 푸석한 편이란다. 음, 그리고 특이한 점은 물고기지만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 태생어라고. 임신기가 마침 겨울이라는데...


먹어보면 알 일이다. 좌우당간 손질에 들어간다. 일단 비늘이 제법 많고 크기에 비해 억센 편이라 작은 카로 제거해준다. 수북이 나오네.



등과 배의 지느러미는 가위로 제거. 


<손질>

뱃구리는 작은 편이다. 내장 제거는 쉽다.


<잘못된 예>


그리곤 칼집은 등부터 넣는다. 그야 뭐, 내가 사시미칼도 좋은 거 쓰고 달인의 솜씨라면 배부터 넣어서 안 될 것도 없겠지만, 이렇게 작은 생선, 그리고 내장통이 작은 생선은 특히, 등부터 칼집 넣는 것이 안전하다. 배에 잘못 넣었다가 너덜너덜해진 이 버젼은 실패작.


실패한 김에 날로 썰어서 먹어보았는데 그렇게 맛없다고 잡어취급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어디 새꼬시용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하긴 새꼬시용이라는 것 자체가 잡어 등급에 가깝긴 하다. 우리나라 생선값은 횟감용이냐 아니냐에 따라 많이 다른데, 횟감용이 되려면 일단 포뜨기 편하게 넓고 두터운 살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 그래서 가시 많거나 체형 특이한 생선들은 맛이 있어도 잡어로 분류되는 편이다.


<잘된 예>


잘 손질된 망상어는 초절임을 할 생각이다.


<다시마숙성>

가만에 다시마 숙성인데 이걸 굳이 왜 했나 싶기도 하다. 다시마향이 약간 압도하는 느낌이라 생선이 가린다. 하긴 잡어 취급이니 다시마향을 입으면 세탁 성공일까? 그렇지 않다. 자체로 맛이 없는 생선이 아니고, 다시마향은 또 촛물에 가려질 것이라서 괜한 투자를 한 셈.


소금에 절여 다시마 숙성 한 시간 정도 하고 촛물에 투하. 이틀 후에 모임에서 쓸 예정이다.



생선이 어디선가 동남아에서 본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코코넛오일에 피쉬소스, 후추로 간해서 볶아 밥반찬 삼았다. 가시가 성가신 것 빼곤 동남아가 부럽지 않은 요리. 코코넛향의 달착함이 좋은 선을 그어준다.



초절임도 괜찮게 나왔다. 단, 큰 특징은 없는 편.



망상어는 한겨울이 제철로 이 때는 먹을만 하다는 평. 여름엔 수분 많고 푸석한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모임에서 공개한 초절임은 평이 나쁘지 않았다. 망상어 공부한 것도 좋고, 돈 만원에 배움과 행복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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