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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 사골김치국물찌개와 오븐구이


어디서 많이 보던 그 사골. 아직도 사골 국물이 남아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호주 여행기를 쓰다보니 요리 얘기는 거의 뒷전. 호주 이야기는 이제 다 끝나가고 있다. 그 다음은 베트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함정.



김치국물 남은 것, 버리지 않는다. 이 김치가 얼마나 맛있었는데.

사골과 김치국물이 만났으니 자연스레 뭔가 국물요리. 뭘 어떻게 해볼까 냉장고를 뒤지다가 '양미리 블럭'을 만났다. 블럭이 되도록 엉켜서 얼어버린 양미리들. 서너대여섯 마리가 아니다.



평소 갖고 있던 의문을 풀어볼 기회다. 양미리는 왜 구워만 먹을까?

초절임을 안 하는 것은 깔끔하게 승복(아님). 포를 뜰 수가 없으니 말이다(말고도 방법은 있음). 사실 포를 안 뜨고도 그냥 내장 손질만 '잘'해서 초절임 하면 되긴 하는데, 어지간히 귀챦긴 하다. 결과에 확신도 없이 기존 촛물에 담글 수는 없고, 엿튼 올 겨울에 다시 양미리철이 오기 전엔 전부 상상으로만 해보는 뇌피셜이다.


양미리찌개 같은 것, 식당에서 파는 것은 못 본 것 같다.애초 양미리를 구워 파는 집도 많지가 않다. 워낙 철따라 오가는 생선이라 그런 듯. 이번엔 양미리 찌개에 도전이다.



김치국물 추가로 발견해서 투하하기로. 사골과 김치국물은 돼지고기라도 적당히 썰어 넣으면 보장되는 맛인데 양미리찌개를 위해 아낌 없이 투자.



일부는 소금구이로 간다. 찌개만 끓이기엔 많아도 너무 많아서.



양미리는 크기가 작은데 내장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인 생선이다. 그래서 구이를 하면 타기가 쉬운데 배춧잎 몇 장 올려주는 센스를 발휘하면 타지 않고 육즙이 잘 보존되는 편이다. 냉동생선이라 육즙 논할 것은 아니지만도, 그래서 더 타기가 쉬운 것.



소금 간간히 뿌린 양미리에는 역시 잔반처리 개념인 감자사라다 추가로 조화를 추구한다. 양미리는 싱싱한 것은 연탄불이나 숯불에 통으로 구워 머리까지 다 먹지만 이렇게 해동생선인 경우는 갈라서 내장의 쓴 부분은 대충 제거하고 먹는 게 좋다. 살짝 푸석한 느낌에 짜고 쓴 맛을 감자 사라다가 잘 감싸준다.



국물도 만족스럽게 잘 나왔다. 엄청 대단한 맛은 아닌데 적당한 무게감이 있어서 좋다. 아마 양미리만 넣어서는 이런 정도 보디를 만들어내기 힘들었겠지.

해동 양미리의 푸석함도 이 국물의 무게감과는 오히려 식감대조라 좋은 듯.



밥도 잘 되었다. 실으 밥만 잘 되면 뭐든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생선구이백반이라기엔 찬이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생선구이에, 찌개에 밥에 한 끼 잘 먹었다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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