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에어컨이 대중화 되지 않은 나라
호치민은 수도는 아니지만 수도보다 경제도 발달하고 인구도 많다 들었다. 시내에는 당연히 이 나라 최고 수준 컬랙션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가이드북 같은 곳에는 전쟁기념관 등이 필히 방문해야 할 곳으로 뜨는데 납득은 가지만 이번엔 월남전을 떠올리고 싶은 기분의 여행은 아니라서 미술관으로 향한다.
무려 유료입장이고, 입장료는 길거리 푸드 기준이지만 밥 한끼 값이 착실하니까 싼 곳도 아니다. 그래서 기대감은 더 올라가고...
그런데 숙소에서부터 이것저것 사먹는 시간이 포함되긴 했지만 무려 40분 정도를 걸어왔는데 여기도 에어컨이 없다.
갖은 험한 소리 중에 숙소에서 문 잠궈두고도 현금이며 노트북을 도난 당한다는 소릴 들어서, 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트북만은 원고며 사진이며 온갖 것이 다 들어있는 터라 절대 무슨 일이 있어선 안 되는 재산. 그래서 노트북과 이것저것이 들은 어딜 가더라도 백팩은 반드시 지참하고 다녔다. 이게 제법 7~8Kg은 나갈 것인데, 덕분에 한 번 나갔다 들어오면 땀으로 목욕을 하는 정도.
땀을 훔쳐가며 감상. 뭐라고 말은 못해도 느낌이 오는 그림들이 많다.
이것은 거의 호주 원주민 예술과 구별을 할 수 없군.
박수근이나 고갱이 생각나기도 한다.
뭔가 사회주의 공훈예술 같은 스타일의 비중이 그래도 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형적으로 그런 인상을 주는 작품은 없었던 듯하다.
아 진짜 베트남어를 조금이라도 배워둬야지. 이 나라도 한자어가 무지 많은데 한문병기가 없다. 발음기호를 읽는 법은 대강 공부해갔는데, 음이 꽤나 많이 달라서 짐작으로 때려잡기도 힘들고...
그 와중에 드디어 에어컨 설치된 방을 만났다. 이 분, 사회주의 공훈예술가 같은 분인 듯.
작품을 따로 에어컨디셔닝 된 방에서 전시하시는 분이다.
평소 쓰시던 작업도구 등도 전시.
스타일은 고전적, 민화 스타일인 듯.
감사히 찬찬히 감상한 것은 역시 시원한 방을 나가기 싫어서도 있겠지.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작품도 있고.
이것은 목판에 나무조각을 붙인 것이라는데 우리의 자개나 칠보를 연상시키는 기법.
이런 수묵화 좋더라. 왜 이런 건 많이들 안 그리시는지 몰라.
아마도 식민지 시대에 지었을 것같은 건물. 지붕은 기와, 건물은 유러피언.
박물관 카페에서 잠시 쉰다. 여긴 에어컨 있음.
매표소 반대편이라 시선이 늦게 갔다. 알았으면 일단 아아 한 잔 때리고 시작했을지도.
아아 대신 망고음료. 역시 이런 곳에 오니까 이런 음료가 땡긴다.
다음으론 민화 전시장.
이 때가 설로부터 멀지 않았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항쟁이 민족 형성의 주요 테마이면서 유교문화권, 도작문화권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동질감이 많이 느껴지는 편이다. 같은 동남아라도 태국이나 말레이지아보다 더 가까운 느낌.
아직도 이런 민화는 수요가 많다고 한다. 고도성장 추세가 한국 이상으로 빠른 나라 같은데, 발전 도상에서도 전통을 잘 챙겨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