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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페스토 버섯 스파게티

명이의 계절은 즐겁다


명이가 나오는 철. 명이는 산마늘이라고도 불리고 실제로 마늘향이 난다. 서울 같은 곳에서는 주로 장아찌로 소비하는 것 같고 그것도 좋긴 한데 나는 주로 페스토용으로 쓴다. 물론 장아찌도 담궜다. 많이 한 것 같은데 한 달도 안 되서 훌쩍 사라져버렸다만...


페스토, 어렵지 않다. 명이잎에 치즈, 잣, 올리브유 넣고 적당히 성기게 갈아주면 되고, 굳이 팁이라면 여기에 소금간을 제법 짭짤하게 하는 것. 페스토 보존성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염도를 좀 높여주니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숙성의 맛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명이가 제법 비싸다보니(마늘값은 빠지지만 새발의 피다) 페스토 원가가 올라간다. 바질향과 명이향을 비교하자면,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명이가 엄청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 하지만 숙성의 향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바질페스토는 장기숙성(이라고 해야 3주 이상)을 안 해봐서 모르지만 허브의 향성분이 버텨줄까 의구심은 있다. 명이페스토에 이런저런 허브를 넣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러자면 굳이 비싼 명이 쓸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냉장고에 느타리버섯이 애매하게 남았기로 투척하고 스파게티면에 명이패스토 넣고 볶았다. 페스토는 본래 덥히지 않고 상온에서 서브하는 소스지만 냉장고에서 딱딱해진 페스토를 빨리 좀 풀어줄 겸, 버섯을 살짝 익혀줄 겸, 그리고 무엇보다 불을 한 번 더 입힌 치즈가 고소해서. 너무 많이 익히면 시커멓게 변색되고 향도 날아가고 변하니까 어디까지나 약불에 살짝만 흔들어 준다.


치즈는 파르마 옆의 만토바산 그라나빠다노로 넉넉하게 넣어서 추가가 필요 없겠고 후추를 조금 갈아넣는 것이 산뜻한 예각을 선사해준다. 이것도 명이향을 안 해치려면 살짝만이다. 알덴떼의 스파게티와 탄력과 부피감 있는 느타리의 식감 대조가 좋다. 버섯도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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