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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더리 생선커리

어쩌면 현지의 민물생선 커리보다 더 깊은 맛일지도


서더리는 회 뜨고 남은 머리와 뼈 등을 지칭하는 말. 이 외에 껍질이나 내장, 알 등도 딸려오는 경우가 많고 횟감으로'만' 부적절한 살점도 꽤나 자주 들어 있다.

손님용 회를 뜨고 나면 매운탕용 서더리는 반드시 챙기는데 이럴 경우 생선은 광어나 우럭이 아닌 뭔가의 자연산. 혹은 그냥 내가 생선찌개 같은 것 해먹고 싶어서 마트의 생선코너에서 따로 포장해 파는 서더리를 사오기도 한다. 이 때는 거의 광어나 우럭.


언제 얘기했던가. 생선뼈도 뼈라서 정성껏 잘 고으면 깊고 진한 맛에 젤라틴도 엄청 올라온다. 사골같은 뼈 우리는 데는 상당한 양을 한꺼번에 하는 것이 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국물 두어 번 퍼먹고 나면 질린다는 게 문제다.



국물의 세계는 끝이 없다. 뭘 질리도록 계속 먹을 필요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일단 한쪽으론 감자, 양파, 피망, 버섯 등을 볶는다. 볶음 채소는 대개 냉장고를 부탁해 수준. 어쨌든 볶을 때 양파는 빠지면 섭섭하다. 감자는 밥비벼 먹을 소스 만들기엔 좀 무겁지만 워낙 사랑하니까...



요긴하기 그지 없는 커리 페이스트. 이번엔 타이에서 온 레드다.

채소 볶은 것에 이 페이스트와 생선국물을 적당량 넣으면 서더리 생선커리 완성.



감칠맛 좋고, 맵싸알싸하고, 감자의 부드러운 식감까지. 이것만 퍼먹어도 부러울 것이 없다.

거뭇한 것은 돼지껍질 튀긴 것. 냉장고에 며칠 있었더니 이것도 딱딱한 식감인데 따뜻한 국물에 넣어 먹으니 좀 눅어서 좋다.



하지만 역시 한국 사람이라면 커리는 라이스지. 냉장고에서 좀 굳은 밥을 이렇게 먹으면 만족도가 올라간다.


동남아에서 민물생선 커리는 좀 먹어봤는데 두 가지가 아쉬웠다.

역시 민물생선은 바닷생선에 비해 맛이 엷은 편.

그리고 생선뼈 잘 고아서 깊은 맛을 내는 커리는 없었던 것 같다.

아쉬운 게 있으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내돈내산내해내먹 요리사의 정신. 오늘도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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