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대구 감자볼 & 돼지껍데기 튀김

오늘은 튀김의 날


주문진의 대표어종이 오징어가 아니라 대구가 된 느낌이라는 이야기는 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alteractive/279

그러다보니 대구요리를 이것저것 생각해보게 되는데, 바깔라우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수많은 바깔라우 요리 레시피가 쏟아지는데, 요는 소금에 절인 대구를 가지고 포르투갈, 스페인 문화권 사람들은 안 해먹는 것이 없더라는 이야기.


그러고보니 주문진 동네 마트나 수협마트에 가면 소금에 절인 대구포를 팔고 있다. 이게 그냥 딱 바깔라우다.



오늘은 튀김을 하기로 결심. 서울에서 지인들이 부러 와주는 날이라 고급재료인 기름을 좀 쓰기로 했다.


유전자조작콩으로 만든 콩기름은 전혀 쓰지 않는다. 기름쪽은 유전자 조작 아닌 것이 별로 없다. 콩기름 말고도 유채기름, 옥수수기름 등이 다 그렇다.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아서 튀김용으론 다른 선택이 있을 땐 잘 안 쓰는 편. 야자유는 한국에선 싸지도 않고 날이 추우면 굳어서 불편하다. 그러면 남는 선택은 유럽산 포도씨유 정도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보다 싸지 않은 가격이라서 튀김요리란 것은 원가 생각하면 우리같이 작은 규모의 식당에선 참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선 대구 손질부터. 한 마리 반으로 갈라서 내장만 빼고 소금에 짜게 절인 것이다. 이게 수협마트 말고 건어물전에도 파는 것이 있고 가격도 싸고 퀄리티도 좋은데 흔하지는 않다. 그리고 소금량을 좀 적게 한 모양으로 보존성도 아주 좋지는 않아서 냉장고에서도 일주일 버티기는 힘들다. 포르투갈 바깔라우는 소금에 파묻어서 짜게 절이는 것인 모양으로 수협마트산이 더 가깝다는 결론.


영국에 있을 때 먹었던 피시엔칩스의 대구는 흰 살이 두둠했다. 너튜브에도 절이고 나서 부피가 줄었음에도 스팸 부럽지 않은 두께의 바깔라우들이 등장한다. 대서양 대구와 태평양 대구의 차이는 우선 사이즈라고 하고 그 다음으로 맛도 대서양 대구가 더 좋다고 한다. 우리의 태평양, 아마도 오츠크해나 베링해 어디선가 잡혀왔을 대구는 그에 비하면 빈약한 사이즈. 


그런데 주문진 앞바다에서 잡히는 대구만 봐도 어린아이만한 대물 사이즈도 심심치 않다. 다만 이런 대구는 가격이 매우 비싸서 한 마리에 몇 만원씩 하니까, 그냥 생물로 팔고 마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다. 우리나라엔 말린대구의 수요가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각설하고, 말린 대구포는 지느러미를 가위로 자르던 김에 그냥 적당한 크기로 가위질. 그리곤 물에 담궈서 소금기를 좀 빼고 껍질을 벗겨낸다. 물에 불은 대구의 껍질 벗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음으로 감자 삶은 것과 대구살, 백후추와 밀가루를 섞어서 가자를 잘 으깨가며 섞는다. 팬넬을 좀 섞은 것은 밋밋하지 않게 하려는 생각이다. 처음 하는 시도라 조금만 넣었는데 개취로는 듬뿍 더 넣을 것을 싶다. 반죽에 소금간은 대구살이 제법 짜니까 따로 안 해도 되지만 이건 취향의 문제. 이번엔 감자비율이 좀 높아서 간을 안 하니 짠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흔한 어묵과는 달리 말이다.


이 반죽을 동글동글 말던 길죽하게 빚던 해서 기름에 튀기는 것이다. 아쉽게도 튀긴 사진은 없다. ㅠ혼자 요리하면서 사진도 찍고 이러다 보면 이렇다.



튀긴다곤 하지만 이렇게 자작한 정도로 기름을 쓴다. 딥프라이를 하면 여러모로 편한데 기름값이 너무 나가서, 기껏 5~6인 식사인 얼터렉티브 살롱에서는 딥프라이는 할 수가 없는 것으로. 


대구감자볼은 사실 원리상은 어묵의 일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감자가 많이 들어가서 전분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인 어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생선살은 염장했던 것이니만큼 비율이 적어도 존재감이 있고, 감자가 많이 들어가서 튀기고 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감자전 마냥 부드럽게 탄력이 있어서 개인적으론 극만족했다.


기름 꺼낸 김에 돼지껍데기도 튀겨본다. 


튀김이란, 물론 속시원히 딥프라잉을 못 하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참 어려운 요리법. 수분과 열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텍스쳐가 완전히 달라지고 그 변화는 비가역적이다. 한마디로 깜빡 한눈 팔다가 망하기 좋은 요리법. 수분과 열의 관계에 대한 공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튀기는 재료가 한두 가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크기에 따라 겉과 속이 익는 정도가 극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몇 도에서 얼마간의 시간이라는 식은 치킨이나 감자 같이 단일한 재료를 연속으로 튀길 때가 아니면 별로 쓸모가 없는 공식.


이 돼지껍데기만 해도 삶아서 건조기에 얼마를 말리느냐, 아니면 그냥 자연건조를 하느냐에 따라 텍스쳐가 천차만별이다. 이날은 좀 딱딱했던 듯. 



생선껍질은 회를 뜨고도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꼭 챙기는 편이다. 이렇게 튀기거나, 아니면 프라이팬에 계란물 둘러 전같이 지지거나 해도 훌륭한 반찬거리가 된다. 짭조름하게 간이 된 대구포의 껍질은 다른 것 없이 그냥 튀겨서 물기만 좀 빼도 맥주안주로 그만. 다만 바삭하게까지 하려면 타버리기 일쑤다.


우리나라에도 바깔라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요리의 한계가 확 넓어진 느낌. 그저 굽고 졸이는 다른 염장생선에 대해서도 응용의 여지가 매우 넓어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더리 생선커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