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rink An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양 발효공방 1991

영양탁주 합동양조장이 되살아나다


영양에 새로 양조장이 생긴 모양이다. 발효공방 1991. 

영양에 1991년부터 내려온 양조장은, 내 기억엔 없다. 그래도 궁금해서 가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곳이다.



그렇다. 여기는 영양탁주 합동주조장. 십여년 전에 와본 적이 있다.

그때도 양조장을 지키시던 어른이 언제까지 계속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그 얼마 후에 양조장이 폐업했단 소식을 들었다. 프리미엄급은 아니라도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았던 술인데, 아쉽다고 생각했었다.


당시의 테이스팅노트를 첨부한다.

https://blog.naver.com/emptyh/110138324363


겉으론 눈에 익지만 안에 들어가보면 완전히 딴판이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마주치는 것은 양조장 카페다.

양조장의 구조가 남아있고 곳곳에 옛 영양양조장의 흔적을 남기긴 했지만 더듬지 않으면 지나갈 것같은 기억의 공간이다.



그때 나를 맞아주었던 분은 아마도 권부웅 선생이신 듯.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럴 것이다. 경북 북부는 안동, 영주 정도 제외하고는 강원도 부럽지 않은 시골이다. 하물며 여기는 군청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중심지인데도 핸드폰에는 5G가 아니라 LTE 싸인이 뜨고 있는 정도고, 관광자원이랄 것도 별로 없어서 은하수 잘 보이는 맑은 하늘을 자랑하는 정도다. 현지인이고 외지인이고 별로 발걸음 안 하는 곳이란 얘기다.



이것은 막걸리 푸딩. 막걸리를 넣어서 만든, 알코올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푸딩. 괜찮은 맛이다. 

이 공간은 정확히 말해 마을기업인 카페 소풍과 양조장인 발효공방 1991로 나뉘어져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천상병, 조지훈 같은 문호들은 막걸리를 정말 사랑하긴 했지.



일제시대 양조장의 하나의 특징인 우물. 당시는 수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인지 우물을 하나 끼고 앉아야 양조장이 성립하는 정도였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고 면허 번호가 3번이던가 그런 정도니까 우물도 당연히 한 세트. 이 우물들이 현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경우는 근래는 거의 없다.



뒷편의 건물은 예전에도 있었던가 어떤가, 내 기억으론 가물가물이다. 그 당시 찍었던 사진을 찾아 대조해보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10년도 더 지난 사진 백업을 풀어내려면 그것도 또 일이다.

어쨌거나 이 발효공방 1991, 문을 두드려봐도 아무도 없는지 일이 바빠 나와보질 못하는지 인기척이 없다. 앞의 카페에서 담당자 전화번호를 물어봐 통화를 했다.


1991의 의문은 이 통화에서 풀렸다. 1991, 교촌 치킨 간판에 따라붙는 그 숫자다. 교촌 F&B의 자회사에서 양조장을 인수했다고 한다. 이 당시엔 아직도 술이 나오기 전이라 출시되면 연락 주시라 했는데 그쪽도 연락이 없고 나도 바빠서 시간이 가다보니 아직 술맛은 못 보았다.



막걸리 한 병이 소주보다 비싸다고 안 마시던 시절. 그만큼 없던 시절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농민이 국산농산물로 만든 식품은 비싸다고 먼저 외면하는 세태에 농업에 무슨 답이 있겠나.

그저 '싸게 많이'로 농사를 짓는 시대를 건너가고 있다는 자각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러더니 한쪽에서는 또 술이 안 좋아서 못 먹겠단다. 그러니까 비싸서 못 먹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술이 안 좋아 못 먹겠다는 사람도 있고, 이래서 벼농사 짓는 민족의 술이던 막걸리는 참으로 급하게도 멸종 직전에까지 몰렸던 것이다. 


이제는 옛날 같이 막걸리가 주류 소비량의 태반을 차지하는 시절은 지났지만, 대신 외국술에 견주어 당당한 좋은 술로서 거듭나고 있다. 프리미엄화가 농업이든, 식품업이든 살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한주 산업의 요즈음이다.


교촌치킨이라는 큰 회사에서 오래된 양조장을 맡았으니 그만큼 좋은 술들을 생산해 줄 것을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미엄한주 테이스팅노트 18. 서울 마크홀리 오리지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