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추장

고추장박이의 또 한 갈래

꼭 바깔라우 같은 대구 반건조포 이야기의 연장.

몸의 살을 알차게 어묵같이도 해먹고 팬에 살짝 구워 술안주 같이도 해먹고 했는데 이 머릿살 부분이 어떻게 먹을까 고민스럽더라는 것. 말려 쪼그라들어 그렇지 이 대구 머리가 실은 살아있을 제는 제법 어른 주먹 정도는 되었을 크기다. 대구뽈살요리가 따로 있듯이 이 뽈살도 발라내면 먹을 것 제법 된다는 통찰.

냉장고에서 애매하게 남은 상태의 고추장 포착. 원래 더덕고추장 담았던 자리인데 더덕은 거의 다 파먹었다.

그렇담 이번엔 대구고추장을 해보자! 보다시피 뽈살이 튼실하다.

되는대로 찢어서 고추장에 넣고 잘 버무리면 끝이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재료간 화학적으로 결합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냉장고 안에 놓고 한두 주 이상은 시간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 듣어내고 보니 좀 미안하긴 하지만...

제일 간단한 건 이렇게 국수 삶아 얹어 먹는 것. 달걀이며 오이채며 고명도 없어도 탄력 좋은 우리국수발에 참기름 몇 방울과 얹으면 충분히 즐거운 맛이다.

이것은 좀 더 뭘 얹은 버젼. 생선살 남은 것 볶아서 올리고 야채도 올리고 해서 비빔국수. 이 정도면 한 끼가 든든하다.

고추장에 무엇을 박는 것은 그 무엇에 고추장의 맛과 향을 들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 그 무엇의 자취가 고추장에 남는 일이기도 하다. 더덕의 사포닌 향기에 고추장 특유의 곡물 감칠맛, 거기에 대구의 단백질까지 합쳐진 고추장은 제법 진귀한 무엇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