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이 오셨다
심야식당의 첫 손님은 수해가 나서 갈 곳이 없을 때 하룻밤 잠자리를 제공해주신 그 분이다. 요즘은 일 때문에 강릉에 잘 안 계시는 편인데 마침 이 때는 계셨다. 그것도 주문진의 아파트를 에어비엔비로 제공한 덕에 본인은 강릉 시내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되었고 그 게하가 얼터렉티브살롱과 무지하게 가까운 곳인 등의 상황이라서 찾아주셨다.
식사는 토종쌀밥정식, 그리고 강릉소주 곁들여서 드시다가 뭔가 술안주거리 필요하다셔서 궁리해서 만든 것이 이 떡볶이. 떡볶이는 볶아서 만드는 음식이라는 지론이 있고 (아래 글 참조), 떡볶이 좋아하시느 분 모시고 살다 보니 떡볶이력은 점점 올라가는 중이다.
https://brunch.co.kr/@alteractive/149
평범한 고추장 떡볶이보단 이런 게 어떨까 싶어서 명란 떡볶이. 귀한 손님이니 좀 더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말이다.
어렵지 않다. 우선 올리브유 약간 두르고(다른 기름도 상관 없으나 콩기름은 비추) 양파와 버섯, 마늘을 볶는다. 여기에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명란을 가위로 5미리미터 두께 정도로 썰어 넣는다. 그리곤 거의 동시에 떡을 투하. 떡이 원하는 만큼 익기 직전이다 싶을 때 들기름을 적당히 넣고 1분 정도 팬을 열심히 돌려 준다.
떡의 템퍼를 잘 맞추는 것은 간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왜 간장을 먼저 넣느냐고 물으신다면, 떡이 간장을 다 빨아들이지 않도록, 간장과 기름이 이멀젼이 되면 그것을 두르는 식으로 해야 떡볶이가 일없이 짜지지 않는다. 뭐 순서를 바꿔도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다시 떡의 템퍼로 돌아가자면, 냉장고, 심지어 냉동고에 있던 떡을 물에 담궜다 쓰라는 조언들이 많은데 절대적으로 반대다. 떡 표면에 베어든 물이 양념도 밀어내고 식감도 쳐지기 일쑤다. 냉장고에 들어가 딱딱해진 떡이 불을 맞아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다. 그저 중불 정도에 떡을 놓고 웍질을 달달 해가며 몇 분 있다보면(시간은떡 상태에 따라 다르다) 씹는 맛이 이를 거쳐 대뇌 중추까지 연결되는 탄력을 맛볼 수 있다. 귀여운 것을 보면 깨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잘 볶은 떡볶이는 씹다 보면 계속 깨물고 싶은 기분이 든달까.
그래서 결과는 대성공. 고소히 구워진 명란알이 적당한 간의 이멀젼에 실려 떡 하나하나에 빈틈 없이 둘려 있다. 내가 했지만 잘 했다 싶은 떡볶이다. 첫손님께 드리는 심야식당의 첫 주문요리로서 손색이 없다. 과연 칭찬을 엄청나게 받아서, 겸손회로라도 돌려야 할 판으로 기분이 으쓱해졌다.
이 분과는 외국인 대상으로 한주 양조장투어 프로그램도 같이 하기로 했는데, 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