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네덜란드의 전통이 같이 깃든
토요일엔 일찌기 손님이 딱 한 팀, 그리곤 한참이나 잠잠해서 정리하고 곧 들어가야지 하는 심정으로 남은 밥을 누룽지로 굽고 있었다. 거의 열 시가 다 된 그 때 갑자기 벌컥 들이닥친 분은 그 전날 명란떡볶이를 격찬해주셨던 그 손님이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어떤 외국인 아가씨와 함께.
여자분은 서울에서 좀 전에 도착해서 저녁식사 안 하신 상태라고 한다. 일단 명란 떡볶이 하나 해드리고(2인분 하려 했으나 남은 떡이 1인분 뿐), 그걸로는 부족할 것이라 뭘 해드릴까 했다. 우선 심야식당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네덜란드에서 온 이분이 일본문화 마니아라서 심야식당에 대한 이해는 문제가 없지만 뭘 시킬 것인지는 난감해 하시는 듯.
그래서 요리를 이야기 할 필요 없이
"Give me a clue, then I will make you a dish! (뭐라도 실마리를 하나 주면 내가 요리를 해줄께)" 했더니
"Ummm... Korean sandwich...? (음. 한국식 샌드위치...?)" 하시네.
어익후... 이거 단단히 걸렸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샌드위치를 먹는 나라가 아니고 따라서 한국식 샌드위치라는 소리를 들어도 머리속에 떠오르는 게 없다. 이삭토스트 정도...? 게다가 현재 가게에 빵도 없다. 어쩌나 싶은데, 흠 그렇다고 안 되는 게 있으면 심야식당이 아니지.
굽고있던 누룽지가 생각 났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 갔을 때 먹었던 장어 초절임도.
누룽지를 빵 대신 쓰고 박고추장 마요네즈로 베이스 소스를 삼아 발랐다. 그 위에 어제 촛물에 담궈서 아직 조금 덜 된 고등어 초절임과 실파를 올렸다. 맛이 푹 든 삼치와 방어도 있는데 내가 쓰는 초는 네덜란드에서 쓰는 것보다 훨씬 진하고 강한 맛이라서 좀 맛이 덜 든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해도 조금 짠 맛이 강해서 맥주안주 소리 나올 스타일이다. 그러니 영월의 얼떨결에 옥수수 스파클링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딱 완성. 술도 딱 이 술이 가장 어울릴 것 같아서 청하지도 않았지만 서비스로 내었다.
한국의 누룽지에다가 네덜란드 가서 먹었던 청어와 장어 절인 것에 착안해서 만든 요리라고 설명을 하는데, 생선 초절임이 네덜란드 대표음식이라는 말엔 뭔가 별로 동의 안 함 분위기 ㅋ. 로테르담 근처 어디에서 왔다는데 암스테르담하고 음식문화가 다른가 흠...
어쨌거나 이 코리안 샌드위치(?)에 막걸리까지 한 잔 마시고는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셨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즉흥적으로 요리를 해주는 경험은 처음이었다며 매우매우 기뻐하셨다. 얼터렉티브살롱 간판 대신 걸린 시그널1에 대한 설명도 해드렸더니 예술 전공하는 자기 시스터에게 사진 찍어 보내기도 하고, 매우 인상 깊은 곳이었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심. 오늘도 성공적.
이건 다음날 재현해서 좀 더 선명히 사진을 찍은 것. 동거인께도 맛있다고 칭찬을 받았다.
내 맘대로 코리안-오란다(홀랜드) 샌드위치라고 이름 붙인다. 오픈샌드위치 형식인데 누룽지 한 겹을 더 덮어도 되겠지만...
그나저나 이 누룽지, 토종쌀 백팔미밥으로 만든 건데 갓 구워서 먹으면 정말 장난 아닌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