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기 좋은 밥 짓기에 좋은 쌀
가위찰벼는 찰벼인 듯 찰벼 아닌 찰벼 같은 찰벼다. 무슨 말인지는 쌀알을 좀 들여다 보면 안다.
보통 찰벼는 쌀알이 투명하지 않고 하얗다. 성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밀로팩틴의 구조가 빛을 산란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이 가위찰벼는 특이하게도 투명한 쌀알이 거의 반이다. 그리고 반투명한 쌀알도 더러 보인다.
한가위 때 먹을 수 있어서 가위찰이라고 하기엔, 한가위가 다 쌀 먹는 계절 아닌가. 물론 만생종의 경우는 한가위 지나서 추수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조생종인 가위찰은 대체로 한가위 이전에 수확이 보장되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조생종들은 다 가위를 붙여야 할 일이다.
한가위를 한자로 표현하자면 이두향찰식으로 방법도 가지가지지만 可爲라고 쓴 표기는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가위'는 그냥 솔직하게 한자어를 풀이해서 '가히 ~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해석하면 어떨까? 그러면 이 쌀의 이름 풀이는 '가히 찰벼라고 할 수 있는' 벼가 된다. 찹쌀인듯 아닌 듯, 멥쌀과 비슷한 성질이 섞여있는 그런 쌀에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
재배지 분포도 재미있다. 전국구하고 할 정도로 넓지는 않지만 산지(강원도 고성, 전북 진안 등)와 전형적인 충적평야(부평, 시흥, 평택 , 파주 등)에서 모두 농사를 지었다. 밭에서도 짓고 논에서도 지었다. 어쩌면 이런 다재다능함은 멥쌀과 찹쌀의 특징을 반반씩 가진 결과일지 모르겠다.
어쨌든 찰벼라니까 처음 밥짓기는 돌솥에 물을 적은 듯이 잡고 짓는다. 찹쌀밥은 물기가 많으면 바로 떡이 지는데 개인적으론 극혐하는 스타일이라 찰벼라면 일단 물은 적게 잡는 것.
지어나온 밥은 과연 찰밥이라고 할만 한 정도. 그러니까 전형적인 찰밥 수준의 탄력은 아니고, 멥쌀이 탄력 좋게 나온 것과 비슷한 상태다. 물론 물과 불의 조절로 그런 성질이 나온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쌀이 완전한 찹쌀은 아닌, 그런 느낌이다.
이런 특징은 토종쌀 재배기에 장점이었을 것이다. 요즘도 쌀 품질이 애매하면 찹쌀을 섞어 밥을 짓는다. 자체로 찹쌀의 성질을 지닌 가위찰은 밥맛이 좋기로도 이름이 났어을 것이라 생각한다.
떡을 만들거나 술을 빚을 때도 이런 성질을 참작하는 것이 좋겠다. 가위찰 막걸리가 호평을 맏았다는데, 술이란 변수가 다양하지만 찹쌀과 멥쌀의 성질을 둘 다 가진 것이 이바지를 했을 것 같다. 전래의 주방문에 덧술은 멥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밥은 적당히 단단하고, 그러면서도 찰기가 좋은 밥이다. 기본적으로 달큰한 밥냄새가 좋지만 특별히 언급할만한 향은 없다. 대체로 오늘 지은 식으로 지으면 내 취향의 밥이 나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