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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찰지고 고슬'할' 백장군도(만생종 메벼)

좋은 쌀에게 미안한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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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군도, 백장군벼. '장군'이라는 말에서 위풍당당하게 키가 크고 흰 까락이 수염 같이 휘날리는 모습이 상상되지만, 우보농장 누리집에도 백장군의 사진이 없다. 구글링을 해보아도 친일반공의 영웅이라는 그 사람의 사진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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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알이 굵고 통통한 편이다. 그리고 유난히 하얗다. 쌀알을 봤을 땐 '장군감' 소리를 듣는 우량아가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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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밥알을 봐도 하얗고 두툼한 그 모습이 반영된다. 모든 맛에서 시각의 작용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 백장군쌀은 '맛있는 밥'의 요건 중 한 부분에서 확실히 두각을 나타낸다.


밥맛은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이맘때부터 날이 추워지면서 밥물을 다시 잡아야할 정도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날은 물이 조금 부족해서 밥이 약간 건조하게 나왔다. 사실 알덴떼 밥도 좋다는 스타일이라 밥이 건조한 것은 개인적으론 문제는 아니지만 이 쌀의 특징을 잘 끌어내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바로 그 '고슬하고 찰진' 모순된 식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400그람 한 봉지 우보농장에서 선물로 받아온 것 밖에 없어서 추가로 밥짓기 시도는 못 해봤지만 언젠가 대량으로 주문해서 표준을 잡아볼 생각이다.


오늘의 밥짓기는 78점. 좋은 쌀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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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토종쌀 밥짓기, 그것도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밥짓기를 해보니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것들이 있다. 물론 450 종의 토종쌀 중 아홉 종은 표본으로 너무 적긴 하지만, 그 느낀 바를 정리해 본다.


1. 기본적으로 쌀이 달다. 그것도 은은하게 달다.

2. 쌀의 향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좋은 향을 내기 위해서는 밥짓기 중 불조절이 정말 중요하다.

3.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는 밥은 가정의 현실. 냉장고에서 급격하게 노화되고 건조해지는 것이 문제인데 토종쌀의 경우 이런 단점이 훨씬 덜 하다.


밥짓기 경험이 쌓이면서 또 다른 특징들이 파악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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