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빵계의 비빔밥이라
밀가루반죽 음식은 싫어하진 않는데 한 번 하고나면 주방에 밀가루 범벅이라 잘 안 하게 된다.
이날은 뭔 바람이 불었더라. 손님 리퀘스트였을리는 없는데...
중력분과 우리밀가루 섞어서 물 조금 적게 잡고 그 대신 막걸리 조금 추가해서 반죽. 봄날의 상온은 아직 도우가 잘 안 부풀지만 피자도우로 할 거니까 크게 안 부풀어도 상관은 없다.
남아있던 아채 토마토라구 듬뿍 바르고.
우선 한 번 익힌다. 이 상태로만 해도 괜찮은 피자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내가 아니지.
애초 이 피자를 만들어보겠다고 한 이유 자체가 이 오돌뼈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
별 것 없다. 오돌뼈 올리고 후추 듬뿍.
이 오돌뼈를 미리 소금에 좀 절였어도 좋았겠지만 그러면 살라미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아서 생으로 올렸다.
오돌뼈 씹히는 오돌함이 피자 도우의 부드러움과 치즈의 녹진함에 애센트를 준다는 개념.
이건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인데 와시비와 치즈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았다.
와사비는 당연히 듬뿍 쓰면 안 된다. 사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쫄려서 귀퉁이에 살짝살짝만 썼다.
오돌뼈는 얄팍해서 금방 익는다. 190도 10분 정도 돌리니 치즈는 살짝 탄 느낌도 나고 좋다.
그냥 먹어도 되겠지만 이런저런 채소를 파묻듯이 올렸다. 채소는 소덩되지 않아서 먹다보면 어차피 굴러떨어져서 샐러드같이 먹게 된다. 피자 한 입, 채소 한 젓가락 식으로 먹으면 된다.
와시비와 치즈 궁합은 확실히 나쁘지 않은데 토마토소스와는 애매한 경계다. 다음번엔 굳이 쓰지는 않겠지만 또 못 쓸 것도 없겠다는 느낌. 피자는 빵쪽으로는 비빔밥 같은 느낌이라 뭐든 올려보고 섞어보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