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버터가 포인트
에스카르고(escargo)는 프랑스어로 달팽이. 우리는 요리 이름으로 더 많이 안다.
달팽이 껍질 속에 버터를 채워넣고 오븐에 굽는다. 달팽이도 달팽이지만 이 버터를 호로록 마시는 것이 포인트인 요리다. 안 그래도 버터, 버터, 버터인 프랑스요리에서도 다들 벝를 아껴서는 안 된다는 신신당부를 하는 요리.
주문진 특산의 골뱅이는 달팽이만 못할 것이 없다. 프랑스에서도 먹어봤고 한국에서도 먹어봤지만 골뱅이가 훨씬 크고 살도 달다. 그래서 명이 페스토로 버터를 만들어 에스카르골을 한 번 만들어볼까 했는데, 일단 큰 문제 하나.
골뱅이살을 빼내서 버터를 채우고 다시 넣으려는데 골뱅이껍질은 거의 남아나질 않네. 그래서 작전 변경.
일단 명이버터 제조한다. 껍질에 못 넣을수록 버터는 아껴서는 안 된다는 금과옥조는 더 잘 지켜야지.
양파와 피망 넣고 버터에 볶는다. 이건 틀에 받쳐넣고 오븐에서 굽는 프랑스식 요리보다 자유도가 높은 덕을 본다.
골뱅이 살은 빼서 적당히 잘라 넣고 볶는다. 한 번 쪄서 볶으니까 너무 들들 볶지 말고 그냥 버터가 잘 둘러질 정도로 둘둘 볶는다는 정도 느낌.
말하면 잔소리로 맛있다. 골뱅이 빼내는 품 들이기 귀챃아 껍질째로 들들 볶은 것도 먹을만은 한데 역시 이렇게 살만 볶는 것이 버터가 더 잘 베어들어 맛있다. 추운날엔 버터가 빨리 굳으니 그 전에 뜨거운 밥에 올려 비벼먹거나 빵에 올리고 그릇도 빵조각으로 썩썩 문질러 먹는 맛. 이것도 강릉 시그니쳐 요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는걸.
#동해안다이닝 #에스카르골 #명이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