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준비된 양조장
강화의 금풍양조장은 인천 살 때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한주 관련된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이 2009년 정도고, 그 때 인천에 살면서 당연히 강화의 여러 양조장도 둘러보고 술도 마셔보았다. 그런데 금풍양조장은 애시당초 들어본 기억도 없으니... 인터넷에 뜨는 사진이나 스토리를 보면 제법 오래된 양조장인데 말이다.
그런 궁금증도 있고, 또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이라서 가면 심십섭섭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에 들러 보기로 했다. 과연, 1931년 창업한 거의 백년이 되어가는 양조장이다. 건물도 오래된 일제시대 양식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찾아가는 양조장 답게 시음장과 시음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있다.
레귤러 라인업은 이 네 가지.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양조장 방문객들만 경험할 수 있는 술이다. 두 번째 길상주는 어쩌면 곧 출시될 것 같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부담 없는 스타일들. 달보드레하고 도수에 따라 보디감도 늘어간다. 술들에 대한 테이스팅노트는 따로 적기로 한다.
자하에는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술빚기 원데이클라스도 가능하니 양조장에 문의해 보시길.
개인적으로 강화는 매년 봄마다 가는 편인데, 강화풍물시장 같은 곳에서 밴당이에 막걸리 한 잔 곁들이는 맛을 인천 살 때부터 들여서다. 그런데 막걸리가 좀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금풍양조장에서 한두 병 사들고 가면 딱 맞을 것 같다.
이제 우리 먹는 음식은 이런 정도는 기본으로 장착한 곳들에서 샀으면 좋겠다.
이때는 2층이 한창 복원/보수 공사중이라 개방을 안 하던 때인데 취재차 왔다니 대표님께서 친히 안내해주셨다.
지역 브랜드들과 다양한 협업의 공간으로서도 양조장이 역할을 하고있고, 그 역할을 더 키워나갈 작정.
일제시대의 목조 양조장의 특징을 여럿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생산부분은 전부 현대적인 시설로 바꾸어 한 쪽으로 옮기고,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중.
옛날, 약주(청주)를 생산하던 시절의 라벨이다. 이 라벨을 활용해서 100주년 기념주를 만들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오래된 양조장이니만큼 조금만 둘러보면 역사를 알려주는 유물들은 한가득. 그 중에 옛 양조장 간판도 있다.
이 간판과 양태석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인천 살면서도 이 양조장을 몰랐던 이유가 설명 된다. 이 양조장의 직전 이름은 강화탁주합동주조장이었고, 이 '합동'의 주체 중 하나가 길상양조장이라고 한다. 양대표의 선대부터 길상양조장을 운영했고, 중간에 또 온수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근래에 양조장을 운영하지 않다가 3대째인 양대표가 양조장을 다시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길상양조장이 아니라 금풍양조장이란 이름을 쓰게 된 것은 길상양조장 이전에 쓰던 더 오래된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던 백년 양조장의 비밀이 풀렸다. 길상이나 금풍은 아니지만 온수양조장이라면 술을 마셔보기도 했고 양조장에 들러보기도 했었다.
이런 풍부한 역사를 레거시로 삼아 양조장을 컨텐츠사업으로 보는 것이 양태석 대표의 입장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찾고, 더 많은 사람들이 협력하는 공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따뜻한 봄날, 양조장 밖의 야외좌석에 앉아 양태석 대표와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종쌀로 술 만드는 것에 양대표도 관심이 많았는데 현재는 강화도에서 토종쌀 나오는 것이 없어서 그게 큰 장벽이긴 하다.
그리고 양조장 마스코트인 금풍이도 빼놓을 수 없다. 붙임성 진짜 좋고 착해서 기분 좋아지는 멍멍이.
이것은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우물. 일제시대 양조장들은 반드시 우물과 같이 있었다.
이곳을 방문했던 때가 5월, 지금은 몇 달이 지나서 공사도 거의 끝나고 손님맞을 준비가 다 되었다는 최근 방문자의 전언이다.
강화에서 길상은 관광포인트로서 살짝 애매한 곳이긴 한데, 어차피 차로 이동한다면 전등사도, 초지진도, 동막해변도 멀지 않다. 저녁 음주를 위한 술은 여기서 사가시는 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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