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한 한국형 중동 요리
카우치서핑으로 왔던 탈이 또 돌아왔다. 이번엔 엄마와 함께.
이번엔 그렇담 후무스를 해볼까. 마침 탈이 지난번에 남겨두고 간 병아리콩도 있겠다.
삶은 병아리콩을 믹서로 으깬다. 내 취향으로 너무 곱게 갈지 않고 거친 식감을 남긴다. 그래서 껍질도 벗기지 않았고. 지난번에 요리초보인 탈도 후무스를 만들면서 껍질은 왜 안 쓰나 모르겠네... 했었다.
껍질이 딱히 맛이 있는 부분은 아니고, 노약자에겐 소화 이슈도 좀 있을 수는 있겠으나 못 먹을 이유는 하나도 없어보였다. 요즘 고급 식당이면 몰라도 예전에 보통의 가정에선 이걸 다 먹었을 걸로 확신하며 사용했다.
지난번 후무스의 킥은 탈이 가져온 이스라엘 소스. 히브리어로 적혀있어서 뭐라는지 모르지만 뭔가 참깨나 땅콩 같은 것이 섞인 것같은 고소한 맛이었다. 지금은 그게 없고, 어디 외국식품마켓 같은 곳에서 쉽게 구할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내맘대로 청국장을 섞어보기로 한다.
냉동했던 청국장은 의외로 물이 많이 나오지만 뭐 적당히 익혀가며 물기 날려주면 그만.
후무스는 개인적으로 좀 퍽퍽하다고 생각하고 이스라엘식으로도 올리브유며 예의 그 기름기 충분한 소스 등을 투여하는데 나는 물기 촉촉한 청국장으로 대신한다. 예의상 올리브기름 정도는 넣어주었지만 청국장 향에 가려서 올리브 느낌은 안 느껴진다. 그렇다고 청국장향이 물씬이냐 하면, 적어도 한국사람인 나의 입장에선 그 정도는 아니고 느낌만 줬다는 정도.
이것은 정식 만찬 전에 우리끼리 밥 먹을 때 찍은 사진. 저녁때와 안전히 같은 음식이다.
이것이 청국장 후무스.
안에는 갖은 채소를 다져넣었다. 꼬독꼬독 씹히는 것도 있고 구수한 후무스 베이스에 청국장이 은은하게 깔려서 개인적으론 대만족.
이날 저녁도 화기애애한 자리. 딸은 아빠를 딱 닮아서 활달하고 창의적인데 역시 엄마로서는 맘이 좀 안 놓이는 데가 있는 자식인 모양. 혼자서 세계를 돌아다니는 딸이 끝없이 걱정인 것도 이해는 간다. 한국에서 한 주일을 보내고는 일본으로 모녀 여행을 떠난다는데 농담삼아 딸이 나를 버려두고 가진 않겠지? 하는 어머니는 성향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게 눈에 보였다.
술도 많이는 아니지만 맛있게 잘 드시고 밥도 맛있다고 해주시고 했는데 이 청국장 후무스만은 모녀가 사이좋게 거의 남기셨네. 역시 이스라엘리들에게 청국장은 무리였나. 어쨌든 나는 맛있게 잘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