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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물미역국 끓이기

바닷가에 사는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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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은 미역이 비교적 귀하다. 미역이 붙어살만한 바위나 돌이 적어서 그렇고 특히나 강릉 시내 기준으로 북쪽은 바위가 더 귀하고 미역도 귀하다.

물론 완도며 기장이며 어디 것이든 시장에 나가면 얼마든 구할 수 있는 요즘 별로 신경 쓰는 사람은 없지만, 여기 주문진만해도 봄 되면 미역을 많이 건져다가 먹는다. 시장 난전에 소쿠리 몇 개 놓고 장사하시는 할매들의 미역은 십중팔구 봄바다에서 건져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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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없다고 해도 전혀 없음은 아니니까. 정동진이나 금진 같은 남강릉쪽은 제법 바위가 있어서 양식을 항 정도까진 아니어도 해녀들이 따오는 자연산 미역이 제법 많다. 하지만 북강릉 주문진은 근처 바위에 붙어서 자라던 미역이 밀려오는 것을 주워다 먹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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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의 미역은 포자(유주자)를 흩뿌리고 난 후에 힘이 다 한 것이 바우에서 떨어져나온 것일까. 본래 갈조류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푸른 기는 없고 상당히 두껍고 잎이 넓다. 이런 특징이 국거리 미역으론 훨씬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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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주워온 미역은 모래가 많으니 잘 씻어야 한다. 그것 말고 달리 주의사항이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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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린미역 물에 불려 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국을 끓인다. 이날은 냉장고에서 화석화되던 칵테일 새우를 한 줌, 조선간장, 참기름을 넣고 볶아서 이멀젼을 만든 후에 물을 붓고 푹 끓인다. 푹 끓인 맛이 우러나려면 잎이 두껍고 넓어야하고 아니면 얇은 잎들은 녹아버린다.


이렇게 끓여두고 밥과도 머고 면도 말아서 먹고 마지막엔 파스타도 볶아먹고 잘 먹었다. 비싼돈 주고 사온 미역(거의 자연산만 쓴다)도 좋지만 봄철 주문진 바다에서 건져온 자연산 미역도 전혀 빠질 게 없다. 요리란 건 이렇게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좋은 재료를 만나면 흥이 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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