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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한주 180. 파주 소주다움50(로즈골드)

산장법의 느낌이 살아있는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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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재료: 쌀증류식소주원액(쌀:국내산_

도수: 50%

용량: 500ml

용기: 무색투명유리병

기타: N/A

살균여부: 증류주


<연락처>

미음넷증류소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경기도 파주시 운정안길 49-1


<맛>

감미: 중

고미: 하

감칠맛: 중하

점도: 중하

피니시: 상


<코멘트>

이 술, 상식파괴다.

일단, 술의 숙성기간은 정확히는 몰라도 3년 이하의 미숙주가 확실하다. 통숙성 같은 것도 아니고 심징 옹기도 아닌 스텐레스 탱크 숙성. 대체로 이런 스펙이면서 50도의 도수라면 입에는 따갑게 거친 느낌이 오게 마련인데 이 술은 제법 부드럽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건 그게 아니다.


발효 단계에서 향의 설계가 들어가는 것은 미음넷증류소의 절기. 이 50도 로즈 버젼은 원래 전통주에 있는 산장법을 사용했다. 산장은 쌀을 물에 오래 담그어 젖산발효가 일어나 신 맛과 향이 나타나게 하는 것. 이 발효주를 가지고 바나나 같은 과일향이 나도록 증류를 했다는데, 신기하게도 그 설계가 작용을 하는 게 느껴진다. 부정할 수 없는 명징한 과일향, 그것도 산미 강한 과일이 아니라 부드러운 과일향을 추구한 것이 느껴진다. 아니 솔직히, 산미와 그 느낌에 바닐라에 가까운 단 향이 얹혀있다는 것이 내 느낌에 대한 정확한 묘사겠지만,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조차 미음넷증류소를 통해서 처음 알았단 느낌.


증류주에 대한 상식은, 증류하면 할수록 기주의 차이는 점점 흐려진다. 그런데 상업증류를 하려면 최소한 두 번은 증류해야지 단식증류는 편차가 커서 힘들다. 이 편차를 잡기 위해서 복식에서 연속에 이르는 증류법을 쓰고 혹은 통에서 숙성을 시키고, 블랜딩을 하고 법석을 떠는 것이다.


소주다움 로즈골드는 발효주의 젖산발효한 산미까지 느껴질 판이라 이건 단식증류가 맞는 것 같은데, 숙성도 오래 안 하고, 그것도 통숙성도 아닌 것은 진짜 증류주의 상식파괴. 미음넷 증류소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 아려운 점은 같은 소주를 대하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향이 다르다는 것.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 향이라는 감각을 통해서 사람에게 연상되는 것들이 개인적인 경험과 문화적인 배경 등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앞뒤로 마신 술과 음식의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적으론 산장의 느낌이 살아있는 소주라는 것이, 관능이라는 면에선 꼭 좋지만은 않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런 발상과 시도, 게다가 실천까지 하는 곳이 여기 대한민국에 있다니 없던 국뽕이 솟아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쯤 되면 전통주라던가, 소주라던가 하는 범주에서 좀 탈출하고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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