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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active] 토종쌀 옥경 리조또

이 쌀은 진짜 리조또용으로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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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쌀 옥경이 리조또용으로 좋다고 늘 노래를 부르는데, 해보면 왜인지 알 수 있다.

쌀알이 크다. 인디카같이 길이만 긴 것이 아니고 옆으로도 뚠뚠한 쌀알이 딱 이탈리아 아보리오 같은 분위기, 아니 그보다도 좀 더 크다. 리조또용 쌀에서는 이 크기가 일단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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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밥짓기에선 개인적으로 안 하는 일이지만 물에 살짝(10분 정도 불려준다). 리조또는 뚜껑 안 닫고 쌀을 육수에 삶는 방식인데, 다른 재료가 타버리면 곤란하니 또 무작정 센 불을 쓸 수도 없는 것이 리조또. 그래서 평균 중불 정도로 하염없이 휘젓는 요리다. 마른쌀을 넣으면 '이건 옛날에 하인들 있던 시절에나 해먹던 요리지, 이래서 요즘은 다 인스턴트로 전자렌지 음식이 된 거야'같은 푸념을 하게 된다. 나의 웰빙을 위해서 쌀에 물을 좀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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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다시 봐도 무시무시한 성분표다. 그런데 소시지는 몰라도 베이컨은 수작업으로 이런 약품처리 안 하는 데가 없는 것 같다. 직접 돼지고기 사다가 염장하고 훈연할 것 아니면 별 수 없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삼겹살' 부위를 사용했다는 점. 시중에 나온 국산품들 대부분은 앞다리살이다. 이게 차이가 크진 않은 것 같지만 삼겹살 부위로 하면 기름이 좀 더 많고 육질도 쫄깃한 편.


베이컨은 단독으로도 먹지만 다른 요리를 위한 기름칠이자 조미료 역할로도 많이 쓰인다. 기름칠을 위해선 당연히 기름기 많은 부위가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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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 살짝 두르고 베이컨 굽기. 다시 말하지만 이 과정은 기름칠이 중요하니 붙어있는 베이컨을 잘 펴서 기름이 두루 녹아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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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선 잘 안 쓸 것 같지만 오늘의 특별출연은 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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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기름칠이 잘 되고 팬이 달궈졌다 싶으면 쌀을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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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토마토 소스도 투하.

이제 열쒸미 저어주면 된다. 언제까지? 원하는 식감이 나올 때까지.


한국인은 이탈리아식 리조또를 먹으면 '생쌀느낌'만 불평하지만 실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리조또의 핵심은 '크리미함'이다. 그래서 크림을 쓰는 레시피가 많기도 하겠지만, 쌀을 익히는 입장에선 전분이 육수와 어우러져 적당한 텍스쳐를 만들어줘야 한다. 개인적으론 '질척한'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부분이 바로 크리미함. 이래서도 인디카 종은 어울리지 않고, 아밀로스 함량이 낮은 편인 한국쌀이 리조또엔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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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아래의 사진은 약 10분 정도의 시차가 있다. 아래 사진의 쌀알들이 좀 더 어두워 보이는 것은 토마토소스를 머금어서이고, 더 중요하게는 쌀알이 흰 색에서 투명한 쪽으로 와있다.


리조또에서 쌀알의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식감을 조절하는 난이도가 쌀알의 크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면도 있다. 쌀알이 너무 작으면 너무 빨리 익어버리겠지? 길이만 길고 얄상해도 마찬가지고. 이탈리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자바니카종의 특징은 길기도 길고(자포니카 대비) 뚠뚠하다는 것. 이런 쌀이라면 쌀알의 익는 정도를 조절하기가 쉬워진다. 물론 한국인들이 선호하듯이 푹 익히려면 굳이 이런 수고 할 필요 없고 그냥 밥 먼저 지은 다음에 약간 질척한 볶음밥을 만들어도 된다.


그게 오센틱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먹어도 전혀 문제는 없다.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호들갑을 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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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안쪽에 심이 느껴지는 상태. 그러니까 한국인의 밥으로 말하자면 뜸 덜 들어 생쌀 느낌이 남은 상태다. 역시 이쪽도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취향의 문제일 뿐.


그나저나 토마토소스와 베이컨이야 어차피 맛없없 조합. 이탈리아는 당연히 여러가지 리조또 요리가 번창하는데 그중에서도 베이컨 토마토 조합은 밀라노 중심의 롬바르디아식 취향이라고 한다. 뽀강 하구의 벼농사 지대이기도 한 곳이다. 여기에 부추를 썰어 올리니 상큼매큼하고 난 좋은데,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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