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버릴 것이 없다
못난이 귤이 생겼다. 못 먹을 것은 없는데, 보듯이 거뭇하게 꼭지가 변색되기 시작했으니 빨리 먹어야 한다. 제법 까먹고도 이만큼이 남아서 청을 담그기로 했다. 시트러스향은 너무나 사랑해서 청귤, 라임, 레몬, 유자, 안 담궈본 게 없고 여러가지로 요긴하게 쓴다. 그런데 정작 이런 귤로는 안 해봤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일부는 블랜더로 갈아보았다. 이러면 아무래도 설탕이 빨리, 잘 녹기 때문에.
설탕은 물에 대해서 최대 3~4배 정도까지 녹일 수 있다. 소금보다 훨씬 잘 녹는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1:1로 담그는 청에서는 설탕이 안 녹고 밑에 허옇게 가라앉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인지는 아직도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물론 한번씩 저어주거나 아니면 설탕을 두어 번 나눠 넣어주면 되긴 하는데, 청이란 것도 일단 담궈놓고 나면 쓸 때까지는 사건의 지평선 넘어로 넘어간 상태라... 이렇게 미리 갈아서 넣어주면 말끔히 해결. 어차피 나중에 사용할 때는 갈아서 쓸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이렇게 잘라서 넣는 청도 일부 담궜다. 형태가 보존된 것은 디저트나 여러모로 쓸모가 있어서.
청도 오래 지나면 향이 깊어진다. 이렇게 담궈놓고 아마 겨울에나 꺼내서 드레싱을 만들거나 초시원 베이스로 쓰거나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