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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밥맛] 가을 청어배추찌개

값싸고 맛있는데 청어로 찌개를 잘 안 끓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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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배추가 한창 나오기 시작한 시점. 씨알 굵고 속살 단 맛의 양질의 배추가 올해는 값도 착한 편이다.

시골에선 싼 게 좋은 거다. 산지에서 제철이 되면 출하량이 폭증하는데 신선식품은 어떻게든 이 때 팔아야 하니까 가격은 절로 내려간다. 물론 배추는 김장철엔 수요도 따라 폭증하기 때문에 때론 금추라느니 배추파동이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마침 작년 여름엔 하도 더워서 봄배추 농사들 피해가 많아 여름내내 배추는 시골에서도 알배기 하나에 5천원이 넘어가고 그랬었다. 정부에서 열심히 비축물량을 풀었다고 하고, 수입도 열심히 해댄 모양이고, 내 생각엔 배추 수요도 꽤 줄었을 것 같아서 가을이 되니 걱정했던 것보단 배추가격이 착했다.


그 배추, 샐러드용으로 쓰고도 한참 남아서 배추국이나 배추찌개를 끓여볼까 했다. 일단 메인은 배추. 그리고 아침에 어시장에서 사온 청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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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과장되어 나오긴 했는데 저 선연한 핏빛, 도시 소비자들은 평생 볼 일이 없다. 그리고 싱싱한 애는 회로 먹어도 될 정도고.

참고로 청어회도 서울 살 땐 먹는 줄 몰랐는데 막상 먹어보니 진짜 맛있더라. 엿튼 이 등푸른 것들은 빨리 상하고 비려져서 그렇지 바로 회떠서 먹으면 광어 우럭 부러울 것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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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와 버섯 남은 것도 넣고 기름+채소에서 우러난 즙에 청어를 흔들흔들 웍질을 한다.

찌개라지만 사실 국물이 흥건한 것은 아니고, 조림이라고 부른다면 그것도 별로 할 말 없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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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맛있는 토종쌀밥을 짓고. 확대사진으론 진밥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솥뚜껑에 맺힌 물이 떨어져서 그렇지 속은 내 취향의 꼬들밥. 오늘은 찌개가 메인음식이니 밥이 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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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블한 재료들이지만 신선도는 최고. 거기에 고오급 기순도 명인의 청장으로 간을 한다.

이게 맛이 없으면 요리사가 이상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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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란 놈의 단점은 1. 가시가 극악으로 많다. 등뼈는 그렇다치고 갈비뼈 가시가 씹어먹기엔 너무 길고 제거하기엔 낭창거려서 쉽지 않다는 것. 2. 살이 부드러운 정도가 아니라 익히면 우수수 부서진다는 것.


이래서 청어는 구워나 먹지 물에 잘 안 담그나보다 싶은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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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참, 그로테스크하다고 할 말이 없는 외모의 음식이다. 음식 외모는 따지지 말자는 주의지만 이래갖곤 손님상엔 차마 못 올릴 요리다. 국물 흥건히 해서 조용히 담궜다 빼야 형태 유지가 될까. 그런데 그래선 청어 우러난 맛이 안 나니 맛으론 상당한 감점요인이고. 뭐 고민하지 말고 그냥 내가 먹는 거니까 맛있게 먹자.


그래도 맛은 최고. 채소 볶은 고소한 즙과 청어살의 고소함은 성격이 다른 두 가지 고소함. 적당히 무른 무에 밥과 청어살을 한 점씩 올려먹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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