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유서깊은 라오즈하오(老字號)
시내 중국마트에 갔다가 집어들었다. 춘장이나 짜장 응용소스는 늘상 쓰는 것인데 우리나라 제품은 라인업과 개성이 한정적이다. 이건 포장부터 특이해서 트라이 해보기로.
륙필거 혹은 류삐쥐는 북경의 오래된 브랜드다. 중국어 위키를 찾아보면 본인들은 명나라 때(1530년) 창업이라고 주장한다고 하고, 실제로 오래된 장부와 서류 등이 발견된 것은 청나라 강희연간(대략 1700년경 전후)라고 한다. 300년 이상 된 라오즈하오(오래된 브랜드)다.
흠? 정제수, 밀가루, 정제소금이라는 깔끔한 성분구성. 이것은 전래의 제법을 따랐기 때문일까?
중국에서 대량생산되는 식품 치고는 첨가물 없는 것은 매우 드믄데 살폿 기대가 생긴다.
요리법도 짜장소스 만드는, 즉 야채 고기와 볶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인 한국식 춘장에 비해 다양하다.
사실 첨면장은 춘장과는 주성분 자체가 달라서, 첨면장은 밀가루, 춘장은 콩을 사용한다. 굳이 따지자면 첨면장이 원조고 춘장은 한국의 화교가 개발한 방식. 아마도 콩으로 된장을 담는 한국의 방식을 응용한 첨면장이었을 것이다.
밀가루란 것은 미국에서 원조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꽤나 귀한 것이어서, 중국식 첨면장을 대량으로 만드는 것은 산업규모로는 단가가 안 맞는 일이었을 것.
춘장은 되직해서 다른 재료보다 먼저 볶으라는 게 일반적인 한국의 짜장 제조법.
반면 이 첨면장은 거의 액상이라고 할 수준이다. 그래서 야채 고기를 먼저 볶고 그 다음에 장을 넣고 볶는다. 장을 먼저 볶는다고 안될 것은 없는데, 장이 기름에 흥건히 잠기도록 쓰는 방식은 안 될 거다(장이 다 튀어나올 것).
첨면장은 춘장보다 단 맛이 더 돌고 짠 맛은 적은 편이다. 춘장은 콩이라는 요소 외에도 카라멜색소가 빠지지 않는데, 이것은 충분한 색이 우러날 시간이 없게 속성으로 만드는 것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장난 치는 것. 포장에 '쇄제(晒制)180일'이라고 되어있는 이 륙필거 제품은 최소 180일 이상은 된 제품이렸다. 솨이쯔란 말리는 것, sun-dry 방법으로 알고 있는데 장을 180일이나 말린다는 건지 어떤 건지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일단 여기까지. 중요한 것은 장이 오래되면 검은색을 띄게 되는 것은 한국의 된장이나 중국의 첨면장이나 매일반이라는 것. 시간을 충분히 들이면 카라멜 색소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MSG도 물론.
결과물은 제법 만족스럽다. 한국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영화춘장을 사용한 것에 비해서 좀 짠맛은 덜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더한 편인데, 간짜장 같은 것은 짠맛에 먹는 나지만 이 맛은 한국 춘장에 비해서 퍽 부드러워서 기분나쁘게 달지 않다. 액상이라서 요리할 때 다루기도 좀 더 편하다.
업소라면 가격부담이 있겠지만 가정에서라면 이런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을 듯. 중국산 식품이라면 백안시하는 경향도 있고, 나름의 경험적 근거도 축적되어있긴 하지만 중국은 큰 나라고 다양한 상품이 있다. 전통이 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결론은 중국식품 중에서도 꽤 괜찮은 것들이 많이 있으니 뒷면의 성분표를 잘 살펴보고 골라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