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방법 1, 규모의 경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살아남을 정도의 규모를 갖추시던가

외국에 여행을 다녀도 관심사는 먹는 것입니다.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건 물론이지만 어느 거리에 가면 '상권'의 관점에서 보고 어디 식당에 앉아서도 '비지니스'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게 습관처럼 되었습니다. 일종의 백그라운드 앱처럼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있다고 할까요. 주방 안에는 몇 명이 있고 밖에는 몇 명이, 좌석수는 몇이고 객단가는 얼마나 되겠다, 여기 월세는 얼마나 되나를 외국에서도 부동산 앱을 켜서 조사해보기도 합니다. 업자의 직업병입니다. 앞의 산술적 분석들도 다 그렇게 나온 계산들이고요.


동남아 같은 인건비가 비싸고 인구구성이 젊은, 베이비붐 시대의 나라들과 유럽, 미국, 호주 같은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되고 있는 나라들은 비지니스로서의 식당이 많이 달라집니다. 대부분 소득수준의 격차에 주목하겠고 그것도 물론 큰 원인이지만 제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일할 사람'의 공급 쪽입니다.


뉴욕이나 LA 같은 미국의 대도시에서 불법이민 없이 외식업이 안 돌아가는 건 업계에선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그래서 지금 트럼프의 무자비한 이민 단속에 고급 레스토랑부터 맥도널드, 도미노피자까지 다 난리가 났지요). 유럽이나 호주같이 불법이민이 적고 노동법도 훨씬 깐깐한 나라들은 애초에 더 심각한 상태입니다. 유럽같은 경우 이제 주방일 하는 사람들은 주4일 근무가 거의 표준이 되었더군요.


한마디로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이 엄청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이런나라들은 식당이 다 규모가 제법 큽니다. 50석 이하의 식당은 보기가 힘들 정도고 100석 이상 식당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면 깐깐한 노동법 지켜가며 식당 수익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은 이렇게 해도 역시나 신규 이민자나 유학생 아르바이트 수요 등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을 정도로 식당일이란 인기가 없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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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갔던 시드니 코리아타운의 장타발 같은 경우가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건물 한 채를 다 쓰고 서빙 직원들은 한국인 워홀러나 유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때가 코로나 이전 시대인데, 그 때 벌써 여기 점장님이 '요즘은 한국 학생들은 이런 일 잘 안 하려고 한다'고 푸념하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래서 맥도널드, 타코벨, 도미노피자 같은 거대규모의 프랜차이즈들이 더 경쟁력을 가지게 됩니다. 싼 가격, 비숙련 노동자도 쉽게 할 수 있음, 브랜드 인지도 등 마케팅에 많은 자금을 쓸 수 있음. 우리나라도 점점 이렇게 갈 겁니다. 시급 1만2천원 정도로는 안정적으로 인력 수급하기가 힘들거든요. 그나마 지금 장년층에 다른 노동시장 접근이 힘든 노동력이 제법 있으니 망정이지 20대 이하의 신규인력이 주방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는 10년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제가 10년 후면 식당이 절반으로 줄어들 거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규모의 경제는 자본의 힘으로 굴러가는 모델입니다. 10평짜리 저희 가게 같은 곳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방식이지요. 20평짜리 가게가 2회전을 해도 1만원 가격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앞서 보여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딱 하나, 고급화겠지요.


저희 '탁월한밥맛'이 가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