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감칠맛 곱고 단 찹쌀, 용정(龍亭)찰

중생종 찰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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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용정찰은 이삭이 짙은 갈색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도품종일람에도, 국립유전자원센터의 데이터베이스에도 기록이 되어있지는 않은, 또 하나의 미스테리 토종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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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에 대한 이런 해석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용정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롱징(龍井)이다. 가곡 '선구자' 가사의 '용두레 우물가에 달빛 고이 비칠 때'라는 그 용두레(용우물)이기도 하고 지금도 조선족자치주의 주요 도시 중 하나다. 윤동주 시인의 생가가 여기 있기도 하다. 백두산 분수령 넘어서 약간 압록강쪽으로 치우친 접경지대다.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훨씬 더 조선의 색채가 짙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정자정(亭)과 우물정(井), 한자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정자정으로 기록한 근거도 정확히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딱히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용정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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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알은 누가 봐도 전형적 찹쌀의 하얀 색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느 정도 투명한 쌀알이 열에 하나 정도 비율로 섞여있다. 이렇게 같은 품종 내에서도 찹쌀과 멥쌀 형질이 같이 나타나는 것이 토종쌀의 특징이다.


현대의 기준으로는 이것은 일관성이 떨어지는 '저급한 쌀'로 평가하여 등급판정에서는 항상 손해를 크게 본다. 그런 기준은 누가 왜 만들었는지 궁금도 않고, 덕분에 백화점 납품길이 막힌다거나 하는 경우가 생겨서 나같은 사람은 오히려 입을 가리고 웃는 판. 이런 쌀이 백화점 들어가서 몸값이 올라가면 어디 나같은 가난뱅이 입에 들어올 것이 남아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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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밥을 계속 짓다보니 역시나 이래서 밥은 메벼로 짓는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일단 찰밥은 식감이 다 비슷비슷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도의 단단함이 아니다.


단맛이 메벼보다 강한 것도 계속 먹자면, 그리고 음식과 어울림을 보자면 꼭 장점은 아니고. 이래서 찹쌀은 술이나 떡으로 주로 담고 혹은 멥쌀 상태가 안 좋을 때 보강재로 넣어주거나 하는 것이다 싶다.


어쨌거나 이 용정찰은 그런 중에도 제법 탄탄한 식감이 나온다. 단맛은 말할 것도 없고, 단백질과 아미노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되는 종류의 감칠맛도 좋다. 가끔이라면 밥쌀로 이 용정찰만 쓴 밥도 기꺼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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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은 밥 지었을 때 윤기 하나는 장점. 5분도 도정이라 살짝 남아있는 거뭇한 줄무늬 조차도 이런 윤기를 배경으로 아름답다.


식감 좋은 찹쌀의 장점을 잘 살려낸 오늘의 밥짓기는 8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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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북흑조를 비롯해서 국경 가까운 북쪽의 쌀들이 색이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용정찰의 이삭을 보면 이 쌀은 백두산 너머 용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국립유전자원센터에는 '용정'과 이런저런 연관이 있는 쌀이 몇 종이 있다. 성주군 용정리에서 수집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 연변농학원과의 교류에서 얻은 볍씨다. 이 연변농학원이 용정시에 있어서 '용정' 검색어에 여러가지 쌀(과 다른 작물들)이 나오는 것. 데이터베이스의 쌀들은 전부 멥쌀이라 이 용정찰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용정찰과 용정시의 관련에 대한 심증은 더 무거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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