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과 향수 사이’

삶이라는 시간의 여행자

아침과 저녁 사이에 낮이 있듯이, 나의 삶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열망과 고향을 그리는 향수 사이에서 흘러가고 있다. 아마 나는 언젠가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가 되어 그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굳이 여행을 떠나서 이상을 현실화시킬 필요도 없이 여행하며 보고 들었던 많은 영상들은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 헤르만 헤세 -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삶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

무대 위에서 그의 시간 동안 뽐내고 애태우며 헤매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 것’

- 윌리엄 셰익스피어 -


헤르만 헤세의 글을 읽다 보니 맥배스의 한 구절이 떠오르네요.

여행을 떠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게 되면,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하고 흥분상태에서 여행 중의 매일매일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랍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서 산책을 하는 것도, 일종의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필요도 없이, 다만 조금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고, 폰과 지갑을 챙기고, 이어폰도 하나 챙겨서 신발을 신고 거리로 나갑니다. 가능하다면 아름답고 조용한 길을 가려고 하지만, 걷다 보면 조용한 공원길만큼이나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의 길을 걷는 것도 기분을 좋게 하죠.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도 가끔은 구경하게 되고, 나무 위에 앉아서 아래를 구경하는 까마귀의 장난기 어린 시선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길가에 가만히 앉아있는 현인처럼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에게 인사를 하며,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거리를 걷고 오면, 마치 여행을 마친 것처럼 몸은 적당히 노곤하고 마음은 편안하게 가라앉아있습니다.

바쁜 일상이나 삶의 목적 같은 것들은, 그저 주어진 시간 동안 내게 맡겨진 연극 속의 역할 같은 것. 나라는 존재는 그것들이 주어지기 이전과 이후에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바쁠 것도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너무 많은 죄를 짓지 않으려고 주의하며, 주어진 역할을 잘 해보려고 노력하고 나의 행복이 너무 상처받지 않도록 보살피며, 그저 주어진 시간을 살다가 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잘 사는 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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