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을 누리는 일

사실 우리가 찾으려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인간적인 것이다. 나는 아름다운 산을 보면서 그 산이 아니라 나 자신을 느낀다. 나의 관찰 능력, 산의 모습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까지 향유하는 것이다.
나는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도 결코 그 모습 그대로만 즐기지 않는다. 내가 그 속에 들어가 나의 여러 감각과 사고 능력을 동원하여 그것이 주는 다양함을 향유하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신의 몸으로 세상을 인지한다는 한계 안에서 살아갑니다.

물리적으로 따지고 보자면, 99.9%가 빈 공간인 세상의 만물들을, 우리는 분명히 물체로 보면서 살아가죠. 세상 그 누구도 세상이 거의 완전히 비어있고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전자 핵과 전자 간의 전자기력뿐이라는 것을 보거나 느끼면서 살아가지 못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나 상념 대부분은 우리가 지정한 교통신호 같은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뇌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더군요. 오른손으로 왼팔을 꼬집을 때 느끼는 순수한 고통도, 사실은 환상에 가깝다는 이야기.

그래서, 헤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어떤 대상을 순수하게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서 나름의 해석을 할 뿐이죠.

명상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면, 바로 옆에서 난리 법석이 일어나도 전혀 듣지 못한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사실에 가까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