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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숲생태계의 깊고깊은 관계

'The life of the forest. Fungi' 리뷰

 지구상에는 약 500만 종 이상의 곰팡이류가 존재한다고 하네요. 그중 버섯이 가장 유명하죠. 1~20센티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와 모습을 가진 버섯들이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숲 속에도 정말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가진 버섯들이 살고 있는데, 컵모양, 별모양, 깔때기, 부채, 나무모양 등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살아가죠. 같은 종류의 버섯도 어린것과 다 자란 것, 말라비틀어진 것과 촉촉한 것이 다 달라서, 다른 버섯처럼 보이기도 하니, 정말 그 모양이 다양하고 다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혀나 모자 같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버섯’이라고 상상하는 그런 형태를 가지고 있죠.


그런데, 그것 아시나요? 우리가 보통 버섯의 몸체라고 알고 있는 버섯의 기둥과 머리 등은, 사실 버섯의 본체가 아니랍니다. 이들은 숲의 땅속에 퍼져서 살고 있는 근균류(mycorrhizal fungi, 균사)의 열매라고 할 수 있는데, 버섯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포자를 효율적으로 퍼뜨리기 위해 땅 위로 솟아 올려지는, 각각의 버섯에게 주어지는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포자를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와 색을 가진 '열매들'이죠.

균근류는 거의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데, 나무나 흙, 유기체의 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발생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경우가 죽은 나무 또는 나무의 죽은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이를 수목곰팡이라고 합니다.


이들 수목곰팡이류는 나무의 죽은 부분을 분해하는 역할을 해준다고 해요. 균류가 침투한 나무의 외피는 서서히 부드러워지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벌레들이 알을 낳고 애벌레들의 연약한 입으로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푹신해진답니다. 그렇게 단단했던 나무가 푹신한 애벌레의 유아식으로 변화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이들 수목곰팡이류입니다.


그렇게 벌레들의 서식처로 변화된 나무들은 결국에 나무로써의 구조가 무너지고 빗물과 바람에 부서지면서 부식토라고 하는 숲의 비옥한 땅으로 변해갑니다. 단단한 나무껍질이 가루로 부서지며 흙으로 돌아가는 숲의 순환을 거치게 되고, 이 과정의 중심에 버섯이 있는 거죠.

균류들은 이러한 토양화과정을 통해 숲 속에너지의 순환을 주도합니다. 이는 나무뿐 아니라 낙엽과 다른 동물의 사체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죠. 곰팡이가 피지 않는 곳은 거의 없잖아요?


이렇게, 지구상의 거의 모든 유기체는 버섯균을 통해 에너지의 형태로 생태계를 순환하게 된답니다.


돌덩이처럼 단단했던 나무들에 버섯이 피어오르며 다양한 방법으로 먹어치운 결과로, 벌레들이 그 속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마치 식빵 같은 그들의 따듯한 보금자리가 되어줌과 동시에. 애벌레들의 먹이도 되어주죠. 벌레에게 주어진 삶이 지나간 후에는 그 사체를 다른 종류의 버섯이 먹어치워서, 결국 나무와 벌레들 모두 숲의 흙으로 변하게 되는, 그 모든 과정에 버섯이 함께한답니다.

사실상, 숲생태의 처음부터 끝까지 버섯이 주도하는 것이죠. 육상생태계 전체의 에너지순환과정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뿐만 아니라, 버섯은 나무 간의 영양소 교류를 도와주기도 하는데, 숲의 바닥 속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나무의 뿌리들 끝, 실뿌리라는 곳에 버섯이 기생하며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영양소를 다른 나무의 뿌리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숲생태계 전체가 건강해지게 도와주죠. 나무들은 이런 버섯들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어린 나무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무들의 어린 나무들에게도 영양분을 나눠준다고 해요.  이 과정 전체가 가능해지게 하는 존재가 ‘균사 또는 균근류라고 하는 존재들입니다. 이들은 아래의 사진처럼 땅속 전체에 퍼져서 일종의 네트워크로서 기능을 하죠.

하지만 균사는 이러한 양분전달과정에서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이유로 한 숲의 참나무류 전체가 고사하기도 했다는데, 이렇게 단일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이라면 단 한 번의 잘못된 양분전달을 통해 숲 전체의 몰사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적 목적을 가진 인공림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죠. 이런 숲을 건강하게 관리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농약이 필요하게 되는 거죠. 농약은 단기적으로 나무를 지키지만, 결국 토양 안에 사는 균사와 다른 유익균까지 몰사시켜서 땅을 사막화시켜 버립니다. 이는 마치 항생제가 우리의 장 내환경을 최악으로 만들어서 몸이 병들어가게 되는 것과 같은 일이죠.


또한,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땅속 균류는 나무들 간의 에너지교환뿐만 아니라 화학적 대화 까지도 가능하게 한다고 합니다.


생명체의 의사소통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존재하는데, 우리 인간들은 눈빛이나 몸짓,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개미나 벌류는 페로몬으로, 짐승들은 분뇨나 울부짖음으로 서로 간의 의사나 영역표시를 합니다.


그런데, 나무들도 개미들처럼 땅속뿌리들 간의 화학물질교환, 일종의 페로몬 교환을 통해 서로 간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그리고, 이 페로몬을 뿌리와 뿌리로 전달해 주는 매개체가 바로 균사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하는 버섯의 본체, 보통 균사라고 하는 것들은 사실상 숲의 모세혈관처럼 작용하며, 숲이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에너지와 정보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또는 유통망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이 외에, 수지상균근이라는 종류의 곰팡이는 숲 속 초본식물의 몸속 대부분에 퍼져있는데, 이들은 보통 세포단위까지 퍼져있다고 하죠. 그렇게, 버섯류는 숲의 지상계와 지하계 전체를 이어주는 모세혈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외생균근이라는 종류의 버섯균은 거의 대부분의 나무뿌리에 기생하며 사는데,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용버섯이 바로 이 외생균근류라고 합니다. 송이버섯이 대표적이겠죠. 소나무의 뿌리 근처에서만 자라니까요.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균류는 주로 죽은 유기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데, 앞서 말한 외생균근류는 죽은 유기체에서 에너지를 얻기보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광합성에너지를 얻어서 살아간다고 해요.


나무들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물과 미네랄을 얻게 됩니다. 이는 나무의 뿌리 혼자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물질로, 균사가 토양에서 만들어내어 나무에게 건네주죠. 이를 통해 나무는 광합성에 필수적인 미네랄과 물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균류는 병원균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해서, 마치 우리의 장내 세균이 우리의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며, 기분까지도 좌지우지하는 것과 너무도 흡사한 공생관계를 보여준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인간도 작은 숲 같은, 미생물들이 살아가는 작은 숲 같은 그런 환경적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각각의 사람은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작은 우주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


숲 전체에 퍼져있는 균사들은 같은 종의 나무들을 연결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종과의 연결도 도와서, 그야말로 초거대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 ‘슈퍼유기체‘를 만들어내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 인간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죠.


버섯이나 균류가 없는 인간의 식탁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요구르트, 김치, 치즈,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빵, 요구르트... 맛있는 사과나 배, 고구마와 감자를 먹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맛 좋은 곡물을 얻기 위해서도 균근(mycorrhizal fungi)류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이렇듯, 우리 삶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숲 속 자연발생균사, 버섯의 다양성과 양을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중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벌목을 할 때, 벌목한 나무들의 가지나 껍질, 뿌리 등을 숲에 남겨두어서 그 안에 있던 곰팡이들이 다시 숲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숲에서도 이미 실행되고 있는데, 도시숲에서 나무들이 넓고 쾌적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병든 나무를 잘라주고, 그 잔해를 숲의 한 구석에 쌓아두는 ‘비오톱’이 바로 그것입니다(비오톱의 개념은 우리나라 공원에서 원래의 뜻과 조금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오톱은 '도시환경 안의 생태정원인 biotope에서 유래합니다).


이 비오톱들을 통해 그 안에 살고 있던 다양한 곤충이나 균류가 다시 숲으로 돌아가면서 숲이 보다 다양한 생태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랍니다.

이 정도도 이미 훌륭한 숲의 보호활동이겠지만,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어떤 특정 수종이 과밀집된 기형적 인공림보다는 자연스럽게 여러 종이 뒤섞여서 살아가는 자연림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숲은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균근류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들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여러 경제적인 이유로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더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죠.


대형 산림고사의 이유가 나무의 다양성 부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일수종의 ‘나무밭’ 사이 군데군데에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을 심어주고 함께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수목산업을 위해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ㅎ 오랜만에 본 영화 한 편 덕분에 조금 심각한 느낌의 진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네요. ^^;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이고, 숲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서 한번 썰을 풀어봤습니다.


말씀드린 내용을 품은 영화 'The life of the forest, Fungi'는 폴란드의 ‘Forest Film Studio'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언제든지 시청하실 수 있답니다. 다만, 영어 내레이션이긴 한데, 요즘 자동번역도 꽤 봐줄 만하답니다.

숲의 생태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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