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놀이에 적당한 밧줄의 종류와 길이
숲에서 노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냥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술래잡기나 숨바꼭질 같은 놀이를 할 수도 있겠죠. 계곡이 있다면 가재를 잡으며 물놀이를 할 수도 있고... 다양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비전문가에겐 살짝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밧줄놀이’의 기본 중 기본, 어떤 밧줄을 고를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자, 어떤 밧줄을 골라야 할까요? 그에 앞서, 밧줄로 어떤 놀이를 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게 맞겠네요.
밧줄놀이의 종류를 우선 나열해 보면,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서 그 위에 서는 줄을 타는 방법이 있겠고. 나무에 통나무를 연결해서 그네를 만들 수도 있겠죠. 또, 통나무를 묶어서 끌고 다니며 놀 수도 있고, 줄 몇 개로 간단하게 해먹을 만들어서 쉴 수도 있습니다.
가파른 경사면에서 논다면, 줄을 길게 묶어놓고 경사면 오르내리기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외에도 줄이 있다면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겠지만, 오늘 여기서 다룰 내용은 ’ 가방에 몇 개 넣고 다니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간단하게 꺼내어 가지고 놀고, 다시 풀어서 가방에 집어넣기‘라는 조건에 부합되는 밧줄의 종류와 길이, 두께 및 개수에 관한 것입니다.
밧줄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제가 이야기하는 밧줄이란, 등산용 밧줄 혹은 자일 또는 로프라고 불리는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밧줄을 말합니다. 숲에서 가볍게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관리하기 편하고 내구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유일한 밧줄이어서 그렇습니다.
1. 밧줄의 길이
경험상 가장 유용한 밧줄의 길이는 7미터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숲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단단하게 묶을 수 있는 길이죠.
물론 늘 예외상황이 있기 때문에, 10~14미터 정도 길이의 밧줄이 한두 개 정도 더 있으면 좋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밧줄의 개수와 종류는 7미터 밧줄 2~3개, 14미터 밧줄 1~2개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서 매달리거나 나뭇가지에 줄을 매달아서 외줄그네를 만들어 놀면서 필요에 따라 약간의 베리에이션을 주기에 적당합니다.
추가적으로 2미터 정도 되는 짧은 밧줄이 몇 개 있다면, 보다 창의적인 밧줄놀이가 가능해지죠.
저의 경우 7미터 2개, 14미터 한 개 정도를 챙기고, 아이들은 각각 2미터 밧줄을 하나씩 가져가게 해서, 교사가 긴 밧줄을 묶으면, 아이들이 거기에 자기 밧줄을 묶어서 스스로 창의적인 놀이기구를 만드는 방식으로 놉니다.
밧줄놀이하기로 작정하지 않은 날엔, 7미터 한동에 14미터 한동만 가지고 다니죠(동은 밧줄을 세는 단위입니다).
2. 밧줄의 굵기
밧줄의 길이만큼 중요한 것이 적당한 밧줄의 굵기입니다. 밧줄에는 보통 암벽등반용 밧줄인 10~12미리 굵기의 밧줄과, 보조밧줄이라고 하는 7~8미리 굵기의 밧줄, 슬링이라고 하는 2센티 넓이의 넓적한 줄 세 가지가 있습니다.
10~12미리 밧줄은 강한 인장강도를 가지고 있는데, 성인이 50미터 정도 자유낙하를 했을 경우 생기는 충격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집니다. 쉽게 말해서, 어른 열댓 명이 달려들어도 절대 끊을 수 없습니다.
7~8미리 밧줄은 보조자일이라고 해서, 가볍게 물건을 묶거나, 해먹을 걸고, 작은 바위에서 암벼등반놀이를 할 때 사용하는 밧줄입니다. 10미리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그래도 성인 여러 명이 올라타거나 당긴다고 해서 끊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슬링이라고 하는 넓적한 밧줄은 짐을 걸어놓거나 할 때 사용하고, 손잡이를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둥근 자일에 비해 힘이 많이 약해서, 본격적인 밧줄놀이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3. 밧줄의 굵기에 따른 특성
우선 저는 밧줄놀이에서 슬링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슬링을 제외한, 제가 주로 사용하는 8미리 밧줄과 10미리 밧줄을 예로 들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8미리 밧줄’
우선 8미리 밧줄은 얇아서 가볍습니다. 7미터 밧줄이라면 큰 차이가 없겠지만, 14미터 길이라면 확실히 차이가 나죠.
그래서, 저는 긴 밧줄은 8미리를 주로 사용합니다. 이는 순전히 무게 때문이고, 가벼운 것을 제외한다면 10미리 자일보다 좋은 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매듭을 풀기도 훨씬 어렵고, 줄을 다루기도 까다롭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매달리는 줄을 묶거나, 줄끼리 연결하는 매듭을 만들 경우, 무게가 많이 실려서, 놀고 난 후에 매듭을 다시 풀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듭이 꽉 조여졌을 경우 일자드라이버를 줄 사이에 넣어서 조금씩 푸는 방법밖에는 없죠. 손톱이나 손가락으로 하다간 자신도 모르게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반드시 만능칼의 일자드라이버를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드라이버 자체도 위험하니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10미리 밧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밧줄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매달리는 줄을 묶어줄 때 가장 좋죠. 줄의 굵기가 웬만한 어른 손가락 정도 되어서, 매듭으로 묶은 후 한참 동안 힘을 받더라도 쉽게 풀립니다. 흔히 말하는 ‘줄끼리 파고드는’ 현상이 거의 없죠.
10미리 자일의 유일한 단점은 ‘무게’입니다. 14미터 3~4개를 가방에 넣으면, 대략 쌀반가마 정도 될까요? 정확한 무게를 재본적은 없지만 아무튼, 그런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밧줄을 아이들과 나눠서 드는 방식으로 짐을 옮깁니다. 제 가방에는 14미터 자일 한두 동을 넣고, 다른 자일들은 아이들이 나눠서 드는 식이죠. 대장은 조금 더 들고 약한 친구는 안 들도록 배려합니다.
자, 오늘은 숲에서 가지고 놀기에 적당한 밧줄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다음에는 밧줄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놀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