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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내린 비를 머금은 산에서 놀다 오기

비 온 후 물이 불은 계곡에서 EM 만들며 놀기

어제 종일 비가 내리고, 오늘 아침까지 내려서, 숲은 물이 가득했었습니다. 계곡뿐만 아니라, 등산로에도 작은 물길들이 생겼죠, 등산로 옆 작은 수로에도 물이 흘렀는데, 평소에 물이라고는 볼 수 없던, 배수로 아닌 배수로였는데 드디어 오늘 그 쓰임을 보았답니다.


여름 내내 계곡에서만 놀다가, 오랜만에 숲길을 걸어서 그랬는지, 아이들은 조금 무섭다며

“선생님, 오늘은 깊은 숲에는 가지 말아요. 전 깊은 숲은 무서워요”

“그래? 알았다. 그럼 오늘은 내가 먼저 갈까?”

“네, 오늘은 선생님이 앞장서주세요”

그렇게 교사가 맨 앞에서 걷고, 그 뒤로 대장이 따라서 걸으며 물이 넘쳐흐르는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갔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숲길 곳곳에는 버섯이 피어오르죠. 하루 만에도 금세 솟아올라서, 비 온 다음날의 숲은 버섯세상이 됩니다. 오늘의 숲도 그랬죠. 사방에 다양한 버섯들이 피어있었는데, 젖버섯, 꾀꼬리버섯, 외대버섯 등이 주로 보였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도토리숲이 보이자,

“야, 오늘 도토리숲에서 놀면 어때?”

“난 계곡에서 놀고 싶은데?”

”아이, 난 도토리숲에서 놀고 싶은데 “

“그럼, 이건 어때? 우선 계곡에서 놀다가 도토리숲으로 가는 거야”

“그래 좋아~!!”

그렇게 짧은 토론 끝에, 도토리숲은 우선 포기하고, 조금 더 걸어서 계곡부터 가기로 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 뒤의 계곡은 정말 물이 많더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아서 말라붙다시피 했던 곳인데, 오늘은 폭포소리가 날 정도로 물이 콸콸콸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와~ 선생님, 폭포가 생겼어요~!!"

"그렇지? 물이 깊어졌으니 조심해서 건너라"

환호하며 계곡 쪽으로 내려온 아이들은, 우선 주변을 한번 둘러보며 물이 얼마나 늘었나 확인한 후에 물놀이할 곳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가져간 바가지며 뜰채를 꺼내서 풀어놓고는 놀이의 시동을 걸었죠. 어떤 아이는 삽으로 흙을 파고, 어떤 아이는 계곡물속을 걸으며 발로 물을 느껴보기도 하고, 그렇게 자유롭게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턴가 흙을 물에 섞어서 여러 가지 색을 만드는 놀이를 시작하더군요. 물가의 황토를 섞은 황톳물, 숲의 부엽토를 섞은 검은 물 등등 흙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색의 물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왕 그렇게 흙물을 만드는 김에, 아이들에게 EM에 대해서 설명을 조금 해주었습니다.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미생물)은 미생물로 만든 천연세정제 같은 것인데 악취제거나 수질 정화, 금속의 산화방지 등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친환경적이라 가정에서 주방세제로 사용하기도 하고, 하천에 뿌려서 하천을 깨끗하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는 친환경기술입니다.

아이들에게 자연 EM을 만들어서 계곡을 깨끗하고 살기 좋게 만들어주자고 했더니 좋다고 하며 더 신나게 놀기 시작하더군요. 아이들이 만든 흙덩이나 흙물이 EM의 기능을 제대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숲의 흙속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미생물들을 계곡 아래로 흘러들어 가게 해서 물속 미생물생태계가 다양해지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EM 만들기 놀이를 하고, 댐을 만들어서 물이 한 곳으로만 흐르게 하는 놀이도 하고 나서, 시간이 다 되어서 천천히 짐을 정리하고 엄마들이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숲에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살짝 두려워하는 마음들이 있어 보였는데, 돌아갈 때는 평소처럼 씩씩하게 깔깔거리며 금세 공원으로 돌아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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