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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계곡을 더 아름답게~ EM만들기

가재와 흙과 함께한 계곡놀이

어쩌면 이번 여름의 마지막 계곡놀이가 될지도 모를 만큼 날씨가 꽤나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오늘도 함께 대장을 뽑고 어디에서 놀지를 아웅다웅 결정하고 삼십 분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숲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지난 며칠 비가 꽤 많이 와서 숲은 물이 넘쳐나고 있죠. 물펌프를 돌리는 것도 아닌데, 계곡은 마치 누가 위에서 물을 뿜어내는 것처럼 콸콸거리며 넘치도록 쏟아져내리고 있었습니다.


넘치듯 쏟아지는 계곡물을 보고 그냥 지나갈 우리 아이들이 아니죠. 계획을 바로 수정해서 잠시 놀다 가기로 했습니다.


계곡에서 노는 것은 아이들 마음이지만, 이전과 기온이 7~8도 정도 차이 날 정도로 떨어졌기 때문에, 한여름처럼 물에 빠지면서 놀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싶상이죠.


“물에서 놀다가 엉덩이 젖는 사람이 한 명만 나와도 전부 나와야 한다~”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한 오분쯤 물에서 놀았을까요? 잠시 뒤뚱거리는가 싶더니 바로 주원이가 물에 넘어지면서 티셔츠가 젖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자~ 전부 나오세요. 이제 그만~”

“네~”

미리 약속한 일이었고, 그 이유를 분명히 알려준 후라서, 아이들은 군소리 없이 물에서 나와 짐을 챙기고 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물놀이를 하고, 다리를 건너며, 평소에 놀던 물웅덩이가 사라지고, 대신 계곡을 꽉 채울 정도로 물이 많아진 것을 신기하다며 한참을 쳐다보다가, 오늘 놀 장소로 배드민턴장에 가보자며 이야기가 나왔고, 의기투합하여 바로 출발했습니다.


어디서 놀지를 정하고나니, 아이들 발걸음이 빨라지더군요. 능선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숲길 위까지 번져서 흘러내렸다고 동생들이 쫑알거렸지만, 대장은 눈길도 주지 않고 배드민턴장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휘 한번 빠르게 둘러보고, 돗자리를 깔고 짐을 풀어놓은 다음에 지난번에 만들어놓은 물웅덩이가 잘 있나 확인하고 나서, 각각 알아서 마음대로 놀기 시작했습니다.


영수는 가재와 다른 물속 벌레들을 잡기 시작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흙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죠.


흙놀이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이왕 흙놀이 할 거면 자연 EM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니? EM이라고, 흙속의 미생물을 물에 던져주면 미생물들이 멀리멀리 잘 퍼져나갈 거 같은데?”

“그래요? 우리 그럼 EM을 만들어보자”

“오케이, 좋아”

그렇게 좋은 목적을 가지고 순식간에 흙공 수십 개를 만들어서 물속으로 던지며 놀았습니다.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미생물)은 미생물로 만든 천연세정제 같은 것인데 악취제거나 수질 정화, 금속의 산화방지 등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친환경적이라 가정에서 주방세제로 사용하기도 하고, 하천에 뿌려서 하천을 깨끗하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는 친환경기술입니다.

아이들이 만든 흙덩이가 EM역할을 제대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흙속 미생물들을 멀리 퍼지게 하는 데에는 분명히 한몫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흙놀이를 하는 동안, 영수는 계곡 한쪽에서 물속 벌레들을 잡으며 놀더군요. 영수는 벌레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게 혼자 벌레를 잡다가, 또 흥이 붙으면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그렇게 노는 편입니다.


혼자 벌레를 잡고 있는 아이에게, 쓱 가재 한 마리를 주며

“야~ 여기 가재가 기어 다니네~”

“와! 어디서 잡았어요”

“여기 돌멩이 들춰보니 한 마리 있더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영수는 계곡의 돌멩이란 돌멩이는 다 뒤져가며 가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가재 댓마리와 그 외 강도래 애벌레 등 자잘한 벌레들도 함께 잡아냈답니다.


오늘 영수가 잡은 가재 중에는 역대 최대 크기의 다 자란 가재도 있었습니다. 다들 “랍스터네 랍스터”하며 신기해하고, 돌아가며 기념사진도 한 번씩 찍고 하며 은우의 포획을 축하해 줬답니다.


그렇게 한참을 흙공도 만들고, 흙파이도 만들고, 가재도 잡고, 또 계곡 위쪽, 지난번에 놀던 곳에 물이 얼마나 불었나도 구경하다가 원래 놀던 곳으로 돌아와서 가재를 살펴보니, 역대급 크기의 왕가재가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크기나 색깔로 봐서, 이미 살만큼 산 늙은 가재였던 것 같았는데, 아이들 덕에 마지막 용을 쓰며 움직이다 숨을 거둔 것 같았습니다.

“얘들아, 가재가 우리랑 놀다가 수명이 다해서 죽은 것 같은데, 잘 묻어줄까?”

“네~! 여기 물에 묻어줄까요?”

“그것보다, 여기 물가에 단단한 흙 속에 묻어주면 흙속 미생물들이 죽은 가재를 더 빨리 흙으로 만들어줄 거야”

“아~ 알겠어요~!”

그렇게 함께 묻어줄 장소를 정하고, 흙을 적당히 파내고, 가재를 잘 안장시킨 후, 다 함께 가재의 내생을 축복하며 묻어주었습니다.  가재를 묻어준 곳에, 표시로 십자가까지 해주고 나서는, 다른 가재들과 벌레들도 물속에 풀어주었죠.


그런데, 놀 시간이 다 되어서 물속에 풀어준다고는 했지만, 막상 바로 풀어주기는 아쉬웠던지, 물이 떨어지는 다리밑에 가재들을 풀어놓고, 누가 먼저 도망가는지 구경하며 또 그렇게 한 오분을 더 놀더군요.


그렇게, 오늘도 숲길을 걸으며, 닥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잘 놀다가, 시간이 다 되어 주변을 정리하고, 쓰레기까지 싹 줍고 나서 엄마들이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돌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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