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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치고 개구리 잡고~

가을이 다가오는 계곡에서 8살 아이들과 놀았어요

오늘은 참 맑은 날이었습니다. 26도라고는 하지만, 가을 햇살이 워낙 따가워서 28도쯤으로 느껴지더군요.


아이들과 대장을 정하고, 부대장을 정한 후에 숲으로 향했습니다. 숲에 대규모 유치원행사가 있어서, 오늘은 평소와 다른 길로 숲에 들어갔죠. 제일 북쪽 계곡이 있는 길이었습니다.


숲으로 가는 길목에는 야생화정원이 있었습니다. 벌개미취, 금계국 등 다양한 가을꽃들이 피어있었죠. 개중에는 수정을 마치고 씨앗을 달은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들과 결실 맺은 꽃의 씨앗을 추려보고, 꽃밭에 다시 뿌려주며, 정원에서 한참을 논 후에, 첫 번째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갔었던 첫 번째 계곡은, 숲 입구에 작게 드러나있는 계곡입니다. 이른 봄이면 개구리와 도롱뇽의 올챙이들이 바글거리는 곳이죠. 하지만, 지금은 가을, 무엇이 있을까 하고 둘러봤더니, 버들치들이 조금 보였습니다.


계곡에 도착해서 돗자리를 깔고, 짐을 풀고, 아이들이 제일 먼저 시작한 놀이는 ‘댐 만들기 놀이’였습니다. 제일 큰 웅덩이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곳을 돌과 흙으로 막아서 물이 깊이를 키우는 놀이죠.

처음에는 돌멩이 몇 개로 시작한 댐이었지만, 나중에는 이미터가 넘는 기다란 댐으로 자라났습니다. 물이 깊어지면서, 웅덩이의 크기도 커져서 내려가는 물길의 폭도 점점 커지면서 그렇게 되었죠.


다른 아이들이 댐을 만들며 노는 동안, 정규와 중원이는 가재와 버들치를 잡으려고 계곡 위아래를 흩으며 돌아다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작은 가재 몇 마리와 버들치 세 마리, 산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냈죠. 개구리는 저랑 함께 잡았습니다. 아직 다 큰 산개구리를 잡기에는 두려움이 많은지, 움켜쥐지를 못하더군요.


그렇게 산입구 계곡에서 한 시간가량 놀고 나서, 이번에는 ‘가재가 더 많은 깊은 계곡’엘 가보기로 했습니다. 배드민턴장 부근 넓은 수로 위쪽인데, 아이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갈길이 멀어서, 이번에는 제가 길앞잡이 노릇을 했습니다. 사백 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인데, 한 번도 쉬지 않고, 후다닥 산길을 가로질러서 오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두 번째 도착한 계곡은, 폭이 사 미터쯤 되는 널찍한 곳으로, 사람이 잘 가지 않는 곳인 데다가 풀도 꽤 있어서, 가재들이 살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아래쪽 계곡에선 보기 어려운 십 센티 넘는 커다란 가재들이 많이 사는 곳이랍니다.


다시 돗자리를 펴고,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가재잡이에 나선 아이들이 사방을 뒤져보았지만, 가재가 많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제가 잠시 흩어봤는데도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누군가 계곡의 다 큰 가재들을 싹 쓸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재는 몇 마리 잡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넓은 계곡의 깊은 물웅덩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 안에 들어가고, 뛰어넘고, 물을 길어서 경사면에 뿌리는 등 자유롭게 놀며 남은 삼십 분을 보냈습니다.


한여름에 비해서 꽤 기온이 떨어졌고, 물도 차가웠지만,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의 물놀이를 굳이 막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왔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어서 그랬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숲의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어쩌면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가재잡이, 개구리잡이를 하며 즐겁게 놀다가, 엄마들이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천천히 돌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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