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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이들의 도토리숲 산책

5살 아이들과 엄마들과 함께 늦가을 도토리숲에서 놀다 왔어요


바람이 꽤나 불었지만 날씨는 맑았습니다.


다섯 살 아이들, 엄마들과 준비운동을 하고, 대장과 부대장을 정해서 순서를 정하고 나서 천천히 숲으로 걸어갔습니다.


이젠 제법 숲에서 놀아봤기 때문인지, 숲의 입구에서 나무도 흔들어보고, 돌멩이도 들춰보며 여기저기 궁금한 것들을 거침없이 들쑤시며 가지고 놀기 시작하더군요.


다섯 살이면 아직 벌레를 징그러워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돌멩이 밑에서 나타난 집게벌레를 보며

“물어요?”

“물면 아파요?

“아니, 그냥 조금 따끔하고 말아”

별로 위험하지 않다는 말에 아이들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집게벌레처럼 무는 벌레들은 조심스럽죠.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 눈이 동그래져서 채집통에 잡혀있는 꼬리통통 집게벌레를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숲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도토리숲, 오늘은 여기서 놀기로 했습니다.

지난번에 푹신해진 통나무를 부수고 끌고 다녔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

“선생님, 나무 끌고 다닐래요 “

“선생님 줄 묶어주세요”

놀고 싶은 마음이 급해 보이더군요


그래도, 오늘 처음 온 친구도 있고, 꽤 걷고 난 후라, 조금 쉬는 게 좋겠다 싶어서, 돗자리를 깔고 간식시간을 가졌습니다. 간식시간이라고는 하지만 물 마시고, 과자 조금 먹으며 쉬는 거죠.


쉬는 동안 숲의 하늘도 보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주변의 나무들도 보면서, 천천히 오늘 놀아볼 숲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두었습니다. 숲에서 뛰어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숲을 보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죠.


숲에 처음 와서 노는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래라저래라 정신없이 말을 거는 것보다는, 아이가 뭘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숲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놀기 시작하는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숲에 갈 때는 조용하게 있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어른들과 갈 때도, 혼자 갈 때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숲에서 배워야 할 것은, 조용한 집중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숲에서 놀고 있자면, 어떤 아이는 숲에 오자마자 뛰어다니고, 어떤 아이는 곤충에 관심이 많고, 어떤 아이는 식물에 관심이 많은 등, 아이들마다 숲에서 노는 방식도 다양한데, 숲이 좋은 것은, 각자 자신이 놀고 싶은 방식대로 놀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숲에 머무르면서 함께 놀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만 지켜준다면, 무엇을 하며 놀든, 문제 될 것은 없죠.


그리고, 이런 자유로운 놀이 과정을 통해서, 그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놀 때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꼼꼼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숲에서만 그렇지는 않겠죠. 집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에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동안, 교사는 주변 나무에 밧줄을 몇 개 묶고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나 지켜봤습니다.

나무에 묶인 밧줄을 본 아이들은 다짜고짜 줄을 잡아당겨서 풀어내려고만 했죠. 하지만, 아무리 허술하게 묶인 매듭이라도 힘으로만 당기면 풀 방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단단해지죠.


“자, 힘으로 당기지 말고 손가락을 풀어봐”

라고 이야기해 주며 매듭 쪽을 가리켰더니, 눈치껏 금세 매듭을 풀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매듭을 풀어낸 아이들의 줄을 주변 통나무에 묶어주고, 신이 나서 여기저기로 끌고 다니고, 들어 올리고, 부수고, 그야말로 마음대로 놀게 두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무를 끌고 다니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죠. 하지만,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사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주의해야 할 것들을 반복적으로 말해줘야 합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나무와 씨름하는 아이들을 쉼 없이 관찰하고, 위험한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떻게 해라’고 말해주기만 한다면, 안전장치 하나 없는 숲에서 뛰어놀아도, 크게 다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놀이의 흐름을 읽고, 사방의 환경을 함께 살피는 것이죠. 운전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오늘은 그렇게 통나무들을 끌고 다니며 놀다가 왔습니다. 왔다간 흔적을 남기기 위해 주변의 바위와 나무들에게 크레파스로 그림도 조금 그려줬죠. 이렇게 놀다 간 흔적을 남겨두면, 다음번에 놀 때는 조금 더 친숙한 마음이 들어서 좋답니다. 크레파스는, 돌이나 나무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고, 비와 바람과 함께 쉽게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어서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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