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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숲에서 뛰어노는 9살 아이들

도토리숲에서 마음껏 뛰놀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날씨였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믿어보기로 하고, 우산 없이 숲으로 향했습니다.


6월 무렵부터 9월까지 내내 계곡에서만 놀던 아이들과 숲길에 들어가니, 셀 수 없이 많이 갔던 숲길인데도 어디가 어딘지 헤매더군요. 


중간중간 대장을 멈추고 길을 알려주며 도토리숲 앞에 도착해서도, 선뜻 도토리 숲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저쪽으로 가면 도토리숲 놀이턴데?”

“...”

“자 선생님이 앞장설 테니 따라와라”

그렇게 교사가 앞장을 서서야 겨우 따라서 낙엽 가득한 도토리숲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도토리숲 한가운데로 들어서서, 돗자리를 깔고, 짐을 풀은 후에는 서서히 숲의 여기저기를 살피며 조금씩 숲에 적응해가기 시작하더군요.


아이들이 숲에 적응하는 동안, 교사는 밧줄을 묶어서 조금 색다른 그네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긴 밧줄을 하나 나무 사이에 묶어놓고, 그 줄에 짧은 줄 몇 개를 묶어서 매달릴 수 있게 해주었죠.


처음에는 그네처럼 매달리다가,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길래, 나중에는 커다란 통나무 하나를 줄 두 개에 걸어서 널찍한 그네를 만들어서 놀았답니다.


그렇게 그네도 타고, 게거미, 집게벌레, 노린재 등을 잡아모으며 놀고,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서 기다란 통나무에 묶고는 질질 끌고 다니기도 하고, 도토리숲을 뛰어다니며 얼음땡도 하며, 마치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듯 마음껏 놀더군요.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간간이 주의를 주다가, 조금 과열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을 모두 세우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휴식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숲에서 안정적으로 뛰어다니기는 했지만, 숲환경이라는 곳이 방심하다가는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곳이라서,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은 잡아주는 것이 좋죠.


그렇게 조금 진정시키고, 간식도 먹고 하며 쉬다가, 이번엔 계곡쪽엘 가보기로 했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는 했지만, 잠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근처 계곡으로 넘어갔는데, 도착해서 좀 놀아볼까 하자마자, 후드득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비의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고, 우산도 가져오지 않은 상태여서, 우선은, 가져간 돗자리를 뒤집어서 방수포를 위쪽으로 향하게 한 뒤에, 두 손으로 잡아펼쳐서 천막 형태로 만든 후, 천천히 숲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어제처럼 비가 조금 내릴 때 이렇게 응급처치로 비를 피하며 걷는 법을 연습해두면, 나중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릴 때에, 온몸이 비에 젖는 것을 피하면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죠. 


그렇게, 아이들이 이동식 간이 천막 치기를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연습하며 천천히 숲길을 내려와서 엄마들에게로 돌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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