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아이들 다섯과 숲에서 놀다 왔어요
한동안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가을비도 꽤나 내렸던 것을 생각하면, 따듯한 가을햇살로 훈훈함까지 느껴졌던, 선물 같은 가을날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준비운동을 마치고, 어디로 갈까 물으니 도토리숲도 가고 싶고 계곡도 가고 싶다길래, 투표로 정해서 도토리숲으로 갔습니다.
가는 길목에 작은 계곡을 잠시 들러 물이 얼마나 차가워졌는지 잠시 느껴보고 나서, 바로 도토리숲 쪽으로 올라갔죠. 오늘은 단체로 숲체험을 온 아이들이 있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낙엽이 가득한 도토리숲을 걷다가 발에 걸리는 나무들을 부숴보니, 의외로 힘없이 부서지는 나무들의 푸석함에 깜짝 놀라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통나무들을 한참 동안 부숴봤습니다. 부서진 나무속에서는 집게벌레들이 한두 마리씩 나왔죠.
숲의 바닥에 떨어진 나무들은 벌레들과 버섯균들이 들어가 살면서 점점 부드러워지죠. 그렇게 한두 해를 지내면, 시루떡보다도 더 뜯기 쉬울 정도로 부드러워집니다. 두께가 십 센티도 넘는 통나무가 그야말로 비스킷처럼 부서지기도 하죠. 그런 과정을 겪으며 낙엽과 함께 숲이 토양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토양을 부엽토라고 하죠. 이렇게 다양한 생물과 미생물을 통해서 만들어진 부엽토는, 몸에 좋은 한약냄새가 난답니다. 그만큼 생물들을 잘 자라게 해주는 영양 가득한 토양이죠.
그렇게 아이들과 흙을 파해치며 놀다가, 이번엔 가져간 끈으로 사 미터쯤 돼 보이는 기다란 통나무를 묶어서 움직여보았습니다. 앞쪽에 긴 줄을 묶어서 남자아이 둘이 끌어당기고, 중간에 짧은 줄을 세 개 묶어서, 나무가 어딘가에 걸리면 여자아이들이 들어 올리는 구조로 만들어서 십분 가까이 숲 속을 끌고 다녔죠.
한참을 그렇게 끌고 다니다가
“선생님, 이걸로 뭘 하죠?”
“글쎄, 집을 한번 만들어볼까?”
“좋아요, 집 만들어요”
그렇게, 아이들과 나무를 들어서 바위와 나무사이에 걸치고 지붕형식의 간이숙소를 만들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던 집의 모습과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버섯이 가득 피어오른 통나무들을 만지기 싫었는지 금방 손을 떼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가져간 줄을 나무들 사이에 묶어서 그네를 좀 만들어주었습니다. 두툼한 나무 두 그루에 긴 줄을 하나 묶고, 나머지 줄들을 그 줄에 묶어서 그네처럼 탈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꽤 재밌게 타고 놀았답니다. 하지만, 엉덩이들은 꽤 아팠을 거예요, 아이들 손가락 두께의 밧줄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야 하는 방식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줄에 매달리며 놀다가, 이번엔 계곡에서 가재를 잡고 싶다는 의견이 나와서, 계곡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습니다.
가는 도중에 만난 작은 계곡에서도 몇 마리 잡긴 했지만, 모두 3센티미터 정도도 안 되는 어린 가재들이었죠. 그나마 그게 다인 것 같아서, 다시 계곡에서 잘 살라고 풀어주고 원래의 목적지인 약수터 아래쪽 넓은 계곡으로 가서 짐을 풀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가재가 득실거리지는 않더군요. 가을이 깊어지면, 가재들도 땅속으로 들어가서 겨울을 보내기 때문일 겁니다. 재혁이가 몇 마리 큰 가재를 잡기는 했지만, 다른 아이들은 가재잡이보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계곡 속에 있는 벌레들을 구경하고, 간식을 나눠먹고, 물장난을 치며 놀았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숲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마음 내키는 대로 놀다가 왔습니다. 이렇게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오면, 얼음이 단단하게 얼어붙기 전까지는 계곡보다 숲길을 걸으며 놀거리를 찾아야겠죠. 아이들만 좋다고 한다면, 다음번 숲체험 때는 능선까지 최대한 높이 올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