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들과 얼음 깨부수며 놀기
낮 최고기온이 영하 1도 정도였던 추운 날이었습니다. 지난 며칠간 영하의 날씨가 이어졌었어서, 땅까지 꽁꽁 얼어붙기 시작하는, 본격적인 겨울날씨였죠.
같은 영하 1도라도 따듯한 날 중간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어제처럼 한겨울의 영하 1 도는 전혀 다른 놀이 환경을 제공합니다.
우선 계곡의 얼음이 다릅니다. 훨씬 두껍고 단단하죠. 땅도 딱딱하고, 숲의 어디에도 습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것이 한겨울 날씨의 특징이죠. 그래서, 오히려 한겨울이 초겨울보다 놀기는 더 안전합니다. 손발이 물에 젖을 확률이 훨씬 낮아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공원 놀이터의 양지바른 곳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준비운동을 하고, 팀을 꾸린 후에 제일 먼저 간 곳은 공원 근처의 넓은 계곡이었습니다. 물이 넓게 퍼져있고 돌이 많아서 얼음이 쉽게 어는 곳이죠. 빛이 잘 드는 양지이기도 해서, 아이들과 얼음을 가지고 놀기에 적당한 곳이랍니다.
계곡에 도착하자마자 짐부터 풀어놓고 “자, 놀아봐라”라고 하니 조금 멍한 분위기더군요. 아직 얼음계곡에서 놀아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잠시 놔두고 어찌하나 지켜보다가, 얼음놀이를 조금 이끌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안전교육 겸, 어떻게 돌멩이로 얼음을 깨야 하는지, 깨서 모은 얼음을 서로 붙이는 방법 등에 대해서 알려주며 따라 해보라고 하니 돌맹이와 망치로 얼음을 깨부수며 점점 놀이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얼음과 노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남자아이들은 주로 돌멩이와 망치로 바닥의 얼음덩어리를 깨부수어 모으고, 여자아이들은 깨부순 얼음덩어리로 ‘얼음집 만들기’를 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더군요.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함께 놀며 얼음으로 집을 만들고 지붕까지 올려놓은 후에, 잠시 간식시간을 갖고 나서, 이번에는 겨울잠을 자는 산개구리들을 찾으러 숲속의 계곡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최근 데크길 공사로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마침 점심 휴식시간인 것 같아서, 잠시 들러보기로 했죠.
숲길을 따라 오분 정도 이동해서 도착한 숲속 계곡은 어수선했습니다. 새로 만드는 데크길이 아직 공사 중이라 이전처럼 깔끔하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산개구리들이 가장 많이 겨울잠을 자는 곳이라서 우선은 계곡으로 내려가서 개구리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계곡은 이미 얼음이 꽝꽝 얼어붙어서, 물속 돌멩이 밑에서 겨울잠을 자는 산개구리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개구리가 있을만한 곳의 얼음을 깨부수려고 해도, 땅에 얼어붙은 돌멩이가 꿈쩍을 하지 않았고, 얕은 여울의 얼음이라서 그런지, 얼음이 몇 겹으로 얼어붙어서, 돌맹이 아래 구석틈에서 잠자고 있을 개구리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답니다. 그렇게, 아쉽지만 개구리잡이는 포기하고 다시 처음에 놀던 넓은 계곡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놀던 장소로 돌아와서는, 얼음집이 잘 있는지 확인하고, 잠시 얼음을 던지고 얼음판에서 미끄럼을 타며 논 후에 짐을 챙겨서 엄마들이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천천히 돌아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