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과 놀고 가재와 놀고
11월 중순이라지만 20도에 가까운 맑은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숲속은 꽤 쌀쌀했어서 늦가을의 숲을 느끼기에 적당한 날이었죠
준비운동을 마치고, 숲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야생화들을 구경하며, 아직 꽃이 한창인 구절초의 향기도 맡아보고, 꽃이 지고 생겨난 열매를 튿어보니 잘 익은 씨앗들이 후두둑 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은 특히 붓꽃과 벌개미취의 씨앗 모으기를 좋아하더군요. 집에 가져가겠다면 한참을 모은 후에 천천히 숲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야생화 화단에서 조금 놀고나서 천천히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올해, 조금 늦게 온 가을 날씨 탓에, 숲은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단풍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숲길을 걷는 내내, 노랗게 물든 도토리나무와 은행나무의 단풍잎들이 바람에 날리는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볼 수 있었죠.
낙엽 가득한 가을 숲길을 빠르게 걸어 오르며 친구들과 놀만한 장소를 찾던 대장은
“여기다! 여기서 놀자”
“그래 좋아. 여기 좋겠다”
“선생님, 여기 돗자리 깔아주세요”
그렇게 놀 자리를 잡고, 짐을 풀고 가을 숲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짐을 푼 후에 가져간 밧줄로 그네를 만들어주는 동안,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제일 하고 싶은 것부터 시작하며 놀이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아이들 중 몇몇은 바닥을 파며 애벌레를 잡았고, 돌멩이도 캐내며 놀았습니다. 나뭇잎 침대를 만드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한 가지 놀이에만 몰입하기보다는 땅을 파다가, 나뭇잎 침대를 함께 만들다가, 그네도 타다가... 그렇게 자유롭게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해가며 함께 놀았죠.
한 시간 정도 그렇게 놀고 나서, 이번엔 바로 옆의 계곡에 가봤습니다. 처음 가보는 계곡이었는데, 생각보다 물고기와 가재가 참 많더군요. 언 듯 서서 보기에도 물속을 돌아다니는 물고기가 꽤 많았어서, 바로 가져간 뜰채를 가지고 물고기와 가재 사냥을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장화를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고 온 상태였어서 조심조심 움직이며 잡으라고 주의를 주었는데, 물고기가 한두 마리 잡히기 시작하고, 가재가 잡히면서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여기저기서 발을 빠뜨리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날이 그리 춥지는 않았어서,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또 한 시간 정도 물고기와 가재를 잡고 나니, 어른 손가락만 한 버들치를 두 마리나 잡고 자잘한 버들치 아기들과 함께 올해 태어났음직한 아이들 새끼손가락만 한 가재도 몇 마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른 손가락만 한 커다란 버들치를 잡은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어서, 다들 신기한 눈으로 버들치를 구경하더군요. 그렇게 물고기와 가재를 잡고, 함께 간식도 먹으며 자유롭게 놀다가, 잡았던 곳에 버들치와 가재들을 풀어주고, 짐을 챙기고, 주변을 정리한 후에 빠르게 엄마들이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돌아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