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겨울 숲에서 노는 법
네, 수업합니다. 어른이 밖에 나갈 수 있는 날씨라면 아이들도 나갈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나가서 놀 수도 있죠.
너무 춥다는 것은 상대적이랍니다. 늦가을처럼 옷을 입고 나간다면 춥겠지만, 두툼하게 입고 나간다면 더울 수도 있는 날씨죠.
독일 속담에 ‘잘못된 날씨는 없다. 잘못된 옷차림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죠.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략 눈썰매장에 보낸다는 마음으로 입히시면 됩니다.
찬 바람을 막기 위해선 바람이 옷을 뚫을 수 없어야 합니다. 보통 잠바는 두툼한 것을 잘 입히시는데, 바지는 얇게 입히시는 어머님들이 많더군요.
가슴이 따듯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리도 중요합니다. 특히 허벅지와 발이 아주 중요하죠.
우선 허벅지는 가장 큰 근육이 있는 곳이다 보니 열손실도 많습니다. 그래서, 혹한기에는 안에 반바지 하나를 입히시는 게 좋습니다. 도톰한 면바지 하나를 내복바지 위에 입히면, 무릎이 자유로워서 움직임이 편하죠. 허벅지를 따듯하게 해 주니 다리가 추울 일은 없습니다. 그 위에 바람이 안 통하는 스키바지나 방풍바지를 입혀주시면 완벽합니다.
발의 경우, 한겨울에는 무조건 부츠가 좋습니다. 안에 털이 빵빵하게 들어가 있고, 발 부분이 방수처리된 부츠가 좋죠. 눈이나 물이 발목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긴 목의 부츠가 좋습니다.
또한 끈으로 조이는 부츠보다는 벨크로(찍찍이?)가 좋습니다. 끈은 힘이 약하고, 잘 끊어집니다. 벨크로는 웬만해선 끄떡없고 신고 벗기도 편해서 좋습니다.
만약 부츠가 없다면, 차라리 고무장화를 신겨주세요. 천으로 된 운동화보다는 고무장화가 바람과 물을 막아줘서 더 따듯합니다. 그 안에 두툼한 양말만 잘 신고 있다면 말이죠.
대략 이 정도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잠바들은 다들 따듯하게 입고 오더군요. 따로 말을 드릴 필요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엉덩이를 덮어주는 긴 잠바가 더 좋습니다.
또, 잠바 안에 따듯하게 입히시려고 두툼한 옷을 입히실 생각이시라면, 편한 후드티 위에 두툼한 조끼를 입히시고 잠바를 입히시면 천하무적입니다.
조끼도 반바지처럼 관절을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주요 부위를 따듯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죠. 두꺼운 잠바를 두 겹 입는다면 팔이 통나무로 변신하면서 움직임이 둔해져서 오히려 놀기 나쁩니다.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것은 곧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기 때문에, 너무 두껍게 입히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흠, 장갑은 스키장갑 정도면 문제없습니다. 사실 더 좋은 것은 벙어리장갑이죠. 스키장갑도 좋기는 하지만, 벙어리장갑만큼 따듯하지는 못하고, 사물을 정밀하게 만지려면 결국 맨손으로 만지는 것이 편해서, 신고 벗기 편하면서 훨씬 따듯한 벙어리장갑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요즘 구하기는 어렵더군요. 아이 손이 젖어도 쉽게 들어갈 만한 크기의 스키장갑이면 좋습니다.
모자는... 비니가 좋습니다. 너무 두꺼우면 아이들이 오히려 쓰지 않고 가방에 넣어놓거든요. 비니는 잘 늘어나서 귀까지 덮기도 좋고 얇은 비니는 지나치게 덥지는 않으니 아이들이 쓰고서 뛰어놀기에 적당합니다.
목도리는 잘 풀어져서 비추입니다. 대신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목워머가 좋습니다. 칼바람이 불 땐 볼까지 끌어올려서 얼굴을 보호해 주고, 평소에는 목언저리로 파고드는 찬바람을 막아주면서 너무 덥지도 않아서 좋습니다.
가끔 두툼한 목워머를 챙겨주시는 어머님들이 계신데, 모자처럼 너무 더우면 아이들이 오히려 안 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또 너무 더우면 땀이 많이 나서, 식고 나서 몸을 차갑게 만드는 얼음주머니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얇은 것이 훨씬 좋습니다.
핫팩은 비추입니다.
사실 핫팩은 강추위에 가만히 서있는 사람들이나 필요한 게 아닐까 싶네요. 계속 움직이며 노는 아이들에게 핫팩은 무의미합니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지는 모르겠지만요.
대부분 핫팩을 가져온 아이들은 꺼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손을 녹이는데, 그렇게 꺼냈다 넣었다 하면 핫팩은 제대로 따듯해지지도 않습니다.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따듯하게 손을 녹이거나 조끼잠바 안에 넣어서 배를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용도라면 좋습니다만, 말씀드렸듯이, 움직이며 노는 아이들에게 핫팩은 의미 없습니다.
오히려 옷에 붙이는 핫팩 등을 붙이고 오는 경우 화상이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흠, 물이 있겠군요. 날이 춥다고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넣어주시면, 물 한 방울 못 마시며 놀 수 있습니다. 뜨거워서 먹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아이들 보온병에는 상온의 물이나, 살짝 따듯한 물 정도가 적당합니다.
또, 간식의 경우, 쵸코렛이나 젤리 등은 돌처럼 딱딱해져서 비추입니다. 오히려 쿠키나 빵이 좋죠. 또 과일도 겨울엔 비추입니다. 얼음과자가 되어버리거든요.
겨울엔 달달하고 부드러운 빵이나 쿠키류가 제일입니다. 양갱도 좋겠지만, 아이들이 잘 안 먹더군요.
자 이 정도면 한겨울에 놀아도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하 15도에서 6살 아이들과 놀았던 적도 많은데, 아~무런 문제없이 잘 놀았답니다.
또 한 가지 팁~! 한겨울에 놀 때는 가능하다면 양지바른 곳에서 노는 것이 좋습니다. 한겨울 양지와 음지의 온도차이는, 거의 10도 정도 난답니다. 같은 영하 10도라도, 양지에서 느끼는 온도는 영하 5도 정도라면 음지에서는 영하 15도 이하일 수 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