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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했던 겨울날

만 3~4세 아이들과 겨울 숲에서 놀기


영하의 날씨라고는 하지만, 바람도 적고 햇살이 따듯해서 따듯한 느낌의 날이었습니다.


오늘 처음 숲에 가는 여섯 살 아이들, 앞으로 알려줘야 할 것도 많고, 함께 배울 것도 많은 아이들이죠.


숲에서 걷는 법, 팀워크를 유지하며 걷는 법, 나무 사이에서 얼굴을 보호하는 법, 낙엽 밭 속을 안전하게 걷는 법 등, 알려주고 몸에 익혀줘야 할 것들이 참 많답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숲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들이죠.


대장을 정하고, 함께 정한 순서대로 천천히 숲길에 들어서면서, 돌멩이가 우둘투둘 돋아나있고, 간간이 구멍도 있고, 나뭇가지들도 밟히는 오솔길을 걸으며

“여긴 왜 이렇게 거칠어?”

“돌멩이가 많아”

“숲길이 원래 그렇단다”

그렇게 천천히 숲길에 적응해 가며 도토리숲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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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미터쯤 걸어가다가 만난 갈래길에서는

“오른쪽으로 가자 “

“난 왼쪽이 좋은데?”

“난 가운데로 갈 거야”

그렇게 각각 의견이 다양해서 다수결로 정해보았더니, 길도 없는 가운데의 낙엽밭 속으로 걷겠다고 하더군요.


숲에서 아이들의 말은 곧 법이죠. 작은 나무들의 나뭇가지에 얼굴이 긁히지 않도록 손으로 얼굴을 보호하는 법을 알려준 후에 천천히 낙엽밭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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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까지 푹푹 빠지는 도토리낙엽들 위를 걸으며, 아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부러져서 바닥에 누워있던 4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도토리나뭇가지였습니다. 지난 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나뭇가지 같았는데, 아직도 겨울눈이 싱싱하게 달려있었죠.


나뭇가지에 달린 겨울눈도 만져보고 흔들어보는 아이들에게

“이 나무 잡아갈까?”

“네~!! 좋아요~~!! 그런데 어떻게요??”

“밧줄로 묶어서 끌고 가면 되지~”

“좋아요~!!”

그렇게 도토리숲 놀이터까지 50미터 정도를 끌고 숲길을 걸어들어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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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숲에 도착해 보니, 누가 놀다 갔는지, 커다란 얼음판 몇 개가 바위 위에 놓여있더군요. 얼음을 보자마자 달려든 아이들은 얼음 깨부수기로 숲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얼음을 깨고 주변의 도토리나무들을 살피는 아이들 옆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자~ 가방은 여기에 놓고 편하게 놀자”

“네~”

가방을 돗자리 위에 던져놓고 얼음을 깨며 노는 아이들 옆에 밧줄을 좀 묶어서 줄타기도 좀 하고, 나무에 줄을 걸어서 줄에 매달려보기도 하며 노는 시간을 좀 보낸 후에, 마음대로 놀아보라고 풀어주니, 어떤 아이는 밧줄을 가지고 놀고, 어떤 아이는 얼음을 가루로 만들고, 어떤 아이는 바위를 밀며 힘자랑을 하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놀고 나서, 간식을 먹고 좀 쉬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더군요.

“야~ 벌써 돌아갈 시간이네. 계곡의 큰 얼음은 다음에 구경해야겠다~”

“안 돼요 선생님~ 얼음 보러 가요~”

“얼른 줄 풀고 갈 준비하면 얼음 보러 갈 수 있을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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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간식시간을 마치고, 묶어놓았던 밧줄을 풀고, 주변에 흩어져 있던 삽과 바가지들을 모은 후에 가방을 메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애초에 가기로 했었던 숲 속의 얼음계곡은 못 보았지만, 대신, 다른 쪽 계곡의 수로에 얼어있는 넓은 얼음을 보여줬죠.

“저건 얼음이 아니고 눈이잖아요”

“아냐, 얼음인데 그 위에 눈이 살짝 있는 거야”

“그럼 놀다가요”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서 엄마 아빠한테 가야 해”

"에이~ 놀고싶다~"

그렇게 뚜벅뚜벅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며 엄마 아빠가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돌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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